'검은돈 폭죽' 터트리는 대학축제

수도권 대학 총학간부-공연기획사 리베이트 수수 적발
행사 단독 수주에 1억 지급

공연전문 기획사 A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장모(31)씨는 지난 2009년 7월 수도권의 한 대학 학생회장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학생회장 이모(27)씨를 만난 장씨는 ‘은밀한 거래’를 제안했다. 축제 행사권을 따내게 해주면 거액을 리베이트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많게는 수천만원의 돈이 현금 돈다발로 전달됐고, 업체와 총학생회 간부의 ‘부당 거래’는 지난해 11월까지 이어져 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수도권 대학 총학생회 간부들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대학 축제 행사권을 따낸 혐의로 장씨 등 기획사 대표 3명과 기획사 임원 함모(4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그 동안 대학가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왔단 대학축제 행사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결국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경찰은 장씨 등으로부터 500만원 이상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로 이씨 등 서울ㆍ경기지역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 7명을 역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장씨 등 기획사 대표들 스스로 대학 총학생회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축제의 생리를 아는 이들은 행사 발주권이 대부분 총학생회장에게 있다는 점을 알고 이를 악용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축제 행사를 단독 수주하는 대가로 이씨에게 4,000여만원을 주는 등 총 21회에 걸쳐 1억여원의 리베이트를 총학생회장들에게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는 이외에도 수도권 30여개 대학에 리베이트를 뿌리고 3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회장실이나 인근 커피숍 등이 현금 전달의 장소로 이용됐다. 장씨 등은 총학생회장들을 유흥업소에 데려가는 등 향응을 제공하기도 했다. 적발된 총학생회장 중 일부는 리베이트로 빚을 갚거나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축제 비리는 부실한 행사진행으로 이어져 피해가 다른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밝혔다.

경찰은 리베이트 수수에 연루된 총학생회 임원 명단을 확보해 추가 수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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