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었던 주식시장 발전방안대책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동으로 '앙꼬 빠진 찐빵'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 경제부총리가 "거래세 폐지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데다 금융위와 기재부가 세부사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 감면 및 폐지, 연기금·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차익거래 과세 폐지 등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강력한 한방을 기대했던 금융투자업계는 벌써부터 "실망스런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21일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 위원장이 이달 초 국회에서 이달 안에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발언은 기재부와의 합의 도출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기재부에 증권거래세 감면 및 폐지, 연기금·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차익거래 과세 폐지 등을 건의했지만 기재부가 세수부족을 이유로 반대해 전혀 협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우정사업본부에 차익거래세를 부과한 정책이 2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폐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최 경제부총리는 이달 초 뉴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나 감면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세는 투자액의 0.3%로 홍콩·태국의 0.1%보다 세 배나 높지만 세수부족 때문에 개편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후 시장에서는 차선책으로 연기금·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차익거래세(0.3%) 폐지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기재부가 난색을 표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세제혜택이 빠진 발전방안대책은 있으나 마나 한 대책"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 발전방안으로 △주식 상·하한가폭 30%로 확대 △호가 단위 변경 △연기금에 대한 5%룰 공시 완화 △대체거래소(ATS) 거래한도 완화 등 다양한 대책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세제혜택만큼 주식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방안은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거래세는 폐지하지 않겠다고 해 김이 빠진 상황에서 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세제혜택마저 백지화된다면 정부의 이번 주식시장 발전방안대책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며 "결국 거래세 인하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면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경제부총리와 기재부의 제동으로 주식시장 발전방안이 이달 말을 넘겨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제혜택에 버금갈 정도로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묘안이 없는데다 이달 말까지 대책을 내놓기는 물리적인 일정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제혜택이 빠지면 내용이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위한 중장기대책을 새로 세우려면 발표 시기가 연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현재 시장상황과 업계의 기대에 부응할 만할 콘텐츠 개발을 고려하면 이달을 넘겨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