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의 자산운용방식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이 있는데 지난주 DB제도에 이어 DC제도에 대해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임금인상률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을 경우 DC제도가 유리하다. 또 적극적인 투자성향의 근로자라고 하면 퇴직금 운용을 회사에 맡기는 것보다 직접 관리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DC제도는 근로자가 바로 가입하는 것이 아니고 회사가 먼저 제도를 도입하고 회사가 선정한 금융기관 중에서 근로자가 선택하는 절차가 있다. 다시 말하면 회사가 DC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근로자가 가입할 수 없다.
DC제도에 가입하면 매년 회사에서 근로자 DC계좌에 연봉의 12분의1 이상을 정기적으로 납입한다. 납입된 퇴직금은 회사와 이미 분리됐기 때문에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금은 100% 안전하게 보호되는 장점이 있다. 또 근로자가 추가로 납입할 수 있는데 추가납입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연금과 합산해 연간 400만원 한도로 세제혜택이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정년연장을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살펴보자. 임금피크제에 적용되는 근로자가 DC제도에 가입할 경우 과거 연봉을 기준으로 매년 퇴직금이 근로자의 DC계좌에 이미 적립됐기 때문에 임금피크제가 퇴직금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그밖에 회사에서 받는 경영성과급을 추가 적립하면 성과급 적립액에 대해 세제적인 메리트를 얻을 수 있는데 은퇴재원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근로자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DC제도에서는 근로자가 어떤 자산배분과 상품으로 운용했느냐에 따라 실제 퇴직시 손에 쥐는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근로자는 목표로 설정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상품뿐만 아니라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 주식과 채권을 적절하게 담은 혼합형펀드 등의 다양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이렇게 퇴직연금의 자산운용이 중요하지만 실제 가입자의 인식은 어떠할까.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투자상품을 직접 결정하는 비율은 23.5%에 불과하다. 반면 투자상품을 선택하지 않거나 외부 추천을 무작정 따라 하는 비율은 74.5%에 이른다. 또 연간 투자상품을 전혀 변경하지 않는 경우도 85.7%로 나타나 가입 초기에 상품을 잘못 선정하면 사실상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근로자의 상황을 고려해 미국·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근로자의 상품선정이 없으면 실적배당상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자동으로 투자·운용하는 디폴트옵션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 당국에서도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고 발표했는데 DC제도 근로자에게는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입 상품의 수익률이 쌓여 근로자의 은퇴 후 생활비의 많고 적음이 결정된다. 따라서 근로자 본인이 처한 환경과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해 스마트하게 스스로 운영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