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권 출마 선언을 앞두고 물밑 행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당분간 재충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23일 미국의 외교안보전문가와 면담했고 24일에는 대전을 찾는 등 비공개 일정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관계자들과 한 시간 가량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는 존 햄리 CSIS 소장,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등이 참석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윤병세 서강대 교수도 동석했다. 이날 만남은 다른 일정으로 방한한 CSIS측 관계자들이 박 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대선주자와 대화할 기회를 요청해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 배석한 박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들은 미국에서 한반도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로 존 햄리 소장은 차기에 어느 당이 집권하든 국방장관에 유력하다“면서 “박 위원장의 대북 신뢰 외교가 김정일의 사망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미동맹, 한미ㆍ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한미간 협정으로 묶여있는 한국 탄도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북한이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과의 신뢰를 쌓도록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던 자신의 입장은 김정은 체제 이후에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큰 원칙이므로 상황 변화에도 지속될 수 있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바탕으로 하는 원칙이고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하게 재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존 햄리 소장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해 “매우 강력한 지도자”라면서 “그녀가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해 의견을 갖고 있었고 특히 안보 이슈를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impressive)이었다”고 호평했다.
그는 이어 “박 전 위원장은 한미 FTA가 시장을 넓히기 위해 전략적으로 필요하며 한중 FTA역시 현재는 반대가 높지만 중국이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위원장은 24일에는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중고교교장단 총회에 참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