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스트」·로비과정 구체확인 예상/두 의원 소환시기 맞춰 주목검찰의 「과잉 보호」(?)속에 있던 한보그룹 정보근회장이 10일 검찰에 소환됐다. 그것도 홍인길·정재철의원 등 정치인 소환과 때를 같이 했다. 이를 놓고 검찰이 「정보근 카드」를 활용, 향후 정치권 수사의 실타래를 풀어나갈 것이란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정회장은 부도 직후 신용관리기금과 제일은행등으로부터 한보철강에 대한 불법대출 건과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건으로 고발됐다. 그런데도 단 한차례의 정식 조사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검찰이 정태수총회장을 구속하는 대신 아들인 보근씨는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시켜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이날 출타중이던 정씨를 황급히 소환했다. 그의 소환이 정치인 수사와 중요한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회장에 대한 수사는 그가 학맥과 인맥을 최대한 동원,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해왔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국대 출신인 정회장은 각계의 저명 인사들이 두루 수강하는 고려대 최고국제관리과정을 수료한 것을 발판으로 정·재계에 교류의 폭을 넓혀 왔다.
정회장은 2세 경영인들이 주축인 「경영연구회」의 일원으로 재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또 고대 인맥을 최대한 활용, 고대 출신 정치권 인사들과 비공식적 모임을 통해 잦은 접촉을 가져왔다.
특히 정치권 주변에서는 지난해 4·11총선때 신한국당 의원들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했으며 그후 신한국당 재정위원으로 위촉, 꾸준히 정치헌금을 바쳐왔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이를 종합할 때 은행권 대출시기를 중심으로 정회장의 대정치인 로비행적을 추적하는 것이 정치권 수사의 매듭을 풀 수 있는 강력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는 은행권 특혜대출 수사에서 「김종국 카드」를 최대한 활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소환된 정재철 의원은 동국대 총동창회장이며 홍인길 의원은 고려대 대학원 출신이다. 따라서 로비의 실체를 놓고 두 의원들과 정회장간의 대질 신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태수 총회장이 포괄적인 로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로비 대상은 언급을 꺼리고 있는 것도 보근씨 소환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로비를 받은 정치인들의 명단과 구체적인 로비과정에 대한 확인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회장의 소환이 구속까지 이를 지는 회의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관행으로 볼 때 부자를 함께 구속한다는 것은 어렵다』며 『단지 피고발인으로서 정회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다른 수사에 단서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성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