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대출에 필요한 각종 증명서를 위조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위조 서류 연금술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최근 1년간 인터넷을 통해 연락해온 사람들에게 졸업·성적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 93장을 위조해주고 건당 30만∼50만원을 받아 총 2,500만여원을 챙긴 이모(28)씨를 공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이씨에게 문서 위조를 의뢰한 제갈모(29)씨 등 8명도 공·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에게 위조 서류를 의뢰한 이들의 사연은 취업부터 '학력 콤플렉스'까지 다양했다.

이 중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장애인 특별채용으로 합격한 제갈씨는 실업계고 출신인 자신의 이력을 감추기 위해 이씨에게 의뢰해 만든 가짜 인문계고 생활기록부를 채용시 회사에 제출했다. 대학생 정모(28)씨는 낮은 학점으로 부모에게 혼이 날까 두려워 대학교 성적증명서 위조를 이씨에게 의뢰했다. 또 다른 정모(52)씨의 경우 '초졸' 학력인 자신의 학력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이씨에게 고교 졸업장 위조를 요청했다.

다양한 서류를 감쪽같이 위조한 이씨는 놀랍게도 특별한 그래픽 기술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포토샵으로 원본 문서의 이름과 숫자 등을 바꾸는 수법으로 위조 서류를 정교하게 만들어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가 이 같은 범행을 시작하게 된 것은 사업에 실패한 후 수천만원의 빚더미에 앉으면서부터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후 그는 인터넷 카페 등에 서류를 위조해준다는 글을 수시로 올려 의뢰인을 유혹했고 범행에는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사용하고 퀵서비스를 통해 배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을 피하려고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사소한 문서라도 위조하면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