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무원 A씨는 최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가운데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았으나 등록을 포기했다. 몇 년째 이어진 공무원 생활이 다소 지겨워진데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의 여파로 변호사를 꿈꿨던 A씨의 마음을 돌린 것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법률시장의 불황이었다. A씨는 "변호사의 미래가 예전과 달리 불안정한 것 같아 막상 합격한 뒤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제는 과거와 달리 대형 로펌에 들어가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데 난 법대 출신이 아니라 좋은 대우를 받기도 힘들 것 같아 진학을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함께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던 사람 중에서도 공무원이거나 공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대부분 진학을 포기했다"며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전문직보다 안정성 면에서는 변호사보다 낫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쿨의 추락이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27일 각 대학과 교육부·법학전문대학협의회 등에 따르면 2015학년도 로스쿨 최초 합격자 중 서울대는 3명, 고려대 47명, 연세대는 50여명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는 서울대 2명, 고려대 16명, 연세대 33명이던 지난 2009학년도의 최초 합격 미등록자 수보다 늘어난 수치다.
과거에도 미등록은 꾸준히 있었으나 당시의 미등록은 대부분 중복합격에 따른 것이었다. 게다가 지방 소재 로스쿨 등과 달리 SKY 등 서울 소재 명문대 로스쿨에 합격한 수험생들은 등록을 당연시했다. 최근의 미등록자 수 증가는 이 같은 행태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스쿨의 하락세는 떨어진 경쟁률에서도 포착된다. 로스쿨 경쟁률은 1기 입학생을 선발하던 2009학년도에는 6.9대1로 높았으나 2014학년도에는 5.59대1, 2015학년도에는 5.25대1로 줄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로스쿨 재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2009학년도부터 5년간 자퇴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은 433명에 달했다.
문제는 로스쿨의 하락세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다음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는 하창우 회장 당선자는 사법시험 존치와 함께 현재 2,500여명에 달하는 신규 배출 변호사 수를 1,000명으로 줄이고 이 가운데 800명만 로스쿨 출신으로 채우는 것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26일 당선된 김한규 신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사시 존치와 신규 배출 변호사 수 감축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해 당선됐다. 만약 이들의 공약대로 사시가 존치되면 로스쿨생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 중소 로펌 대표변호사는 "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싼 임금으로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어 로스쿨생을 선호하지만 선배 된 입장에서는 큰돈을 들여 변호사가 된 뒤에도 저임금으로 일을 하니 안쓰럽다"며 "로스쿨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수험생들도 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