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루피화 추락에 외국인 투자 문턱 낮춰

국채·회사채 투자한도 확대 "필요하다면 환시장 개입"


인도의 루피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연일 하락(환율상승)하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자 인도 정부가 환율방어조치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인도 정부가 외국인 투자제한 완화 등 12개 안을 담은 루피화 약세 방어정책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재무장관과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이날 인프라스트럭처 채권 투자 규제 완화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 정부는 달러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해외 거주 인도인들의 국내 예금 유치를 비롯해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의 인도 국채와 회사채 투자한도 확대 등을 늘릴 방침이다. 현재 인도 정부는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최대 150억달러의 인도 국공채, 450억달러의 회사채 매입만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250억달러의 인프라스트럭처 채권도 포함돼 있다.

또한 공기업 주식 매각이나 주파수 경매, 연료 보조금 개혁, 일부 품목에 대한 내국소비세 인하 등도 이번 방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는 그동안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주식 매각이나 이동통신사에 대한 주파수 경매, 국유회사 지분 매각을 진행해왔다.

인도 정부는 필요하다면 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수비르 고칸 RBI 부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루피화 환율상승이 인플레이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환율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루피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57루피가 깨지면서 RBI의 시장개입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 루피화 가치는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당 57.1550루피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루피화 가치는 지난 한주 동안에만 약 2.2% 하락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루피화 약세의 근본원인을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로 꼽고 있다. 인도 정부는 5월 무역수지 적자가 4월(134억달러)보다 큰 163억달러라고 발표했다. 수바라오 총재는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루피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에서 조정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HSBC는 "인도 정부가 제시하려는 대책은 루피화 약세의 속도를 늦출 뿐 전체 방향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신흥국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띠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단기대책이 아니라 필요한 구조개혁을 대대적으로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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