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이 범죄와 연루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하듯이 검찰도 자신과 관련된 범죄를 제대로 처리하기 어려움은 당연한 이치다. 특히 범죄사실이 명백하지 않고 애매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이 경우 검찰의 머리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깎아 줄 수 밖에 없다. 즉 검찰과 관련된 수사의 처리는 대통령이 어떤 의지를 갖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올들어 이런 일이 두번이나 있었다. 검찰 항명파동과 법무장관 부인 옷로비 의혹사건.
검찰관계자가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같이 한 것과 장관부인이 재벌부인과 어울려 다닌 것은 비록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도덕성 차원에서는 오십보 백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처리과정이나 결과는 판이하다.
검찰항명파동때 金대통령은 「희생양」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 관행타파를 시도했다. 관행에 따라 별다른 죄의식 없이 받아들인 술접대와 촌지로 인해 그들은 옷을 벗고 직장을 떠나야 했다. 명예도 잃었다. 당시 金대통령은 『비록 개인에게 다소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金대통령은 그러나 옷로비의혹사건에 대해서는 『마녀사냥식 처리는 안된다』며 법에 따른 처리만을 했다.
얼마전 오양 비디오 사건으로 사회가 들끓었다. 만약 오양이 유명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사회적 파문이 그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양 사건을 두고 우리 사회의 관음증을 탓하는 경향이 있지만 원초적 본능을 자극시킨 당사자는 어쨌든 유명연예인 오양이다.
장관부인 옷뇌물사건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검찰총장을 지낸 현직 법무장관의 부인이기 때문에 이른바 마녀사냥식 보도가 나온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외면한 언론의 무책임을 비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대상이 장관부인이라는 데 있다.
경제학자이자 법률가인 토드 부크홀츠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공정한 행동과 공정한 사람의 차이는 뭘까. 공정한 사람이란 신중히 생각해 보고 나서 바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을 말한다. 단순히 공정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은 실험실의 쥐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행동이 충분히 숙고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쥐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듯이 자신의 판정이 빚어낼 결과에 대해 충분히 숙고해 보지 않은 법조인은 판정의 공정성 여부를 떠나 일단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옷로비의혹사건을 처리한 검찰과 도덕성의 잣대를 외면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비록 「공정한 행동」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국민정서나 그 이전에 일어난 항명파동 때와의 형평 등을 감안할 때 결코 「공정한 사람」으로 평가받지는 못할 것이다. /J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