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대상 가상사례설문] 같은 사건형량 이렇게 다를수가..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하는 양형이 동일한 가상사건에서조차 극심한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이같은 사실은 법원이 지난 1·2월 2차례에 걸쳐 전국 법원의 형사 합의·단독재판부 판사들을 상대로 살인·강도 등 각 범죄별로 85개 가상사례를 주고 양형을 답하게 한 뒤 결과를 집계한 「양형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13일 밝혀졌다. 이번 조사결과는 그동안 쉬쉬해 왔던 법관들간의 양형편차가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법원 내부에서조차 충격적인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조사결과는 당초 법원내 양형위원회가 판사들에게 참고자료로 배포하기 위해 편집 중인 「양형실무」책자에 인용될 예정이었으나 설문결과 양형편차가 너무 충격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내부토론용으로만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들은 「남자(22)가 오전 3시30분께 가스배관을 타고 여자(44) 아파트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협박해 3만6,000원을 빼앗아 나오다 여자가 소리를 지르자 살해 목적으로 8차례 찔렀으나 상해만 가하고 살해는 미수에 그친 범행을 어떻게 처리하겠느냐」며 가상사건의 양형을 묻는 설문에 무기징역부터 집행유예, 심지어는 엉뚱하게 소년부 송치에 이르기까지 극단적 편차를 보였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자 동생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위조(공문서위조)한 뒤 동생 명의로 운전면허증 분실 및 재교부신청을 해 면허증을 받아 택시기사로 취업했다 검거된 경우」에 대해서도 법정형인 징역 10년에서 집행유예까지 형량이 다양했다. 법원행정처 이태섭 판사는 이와관련, 『현행법상 성년자인 22세 남자강도피고인에 대해서는 소년부 송치를 할 수 없는데다 강도상해의 경우 판사들이 정상을 감안해 형량을 줄이는 작량감경을 해도 집행유예는 선고할 수 없다』며 『일부 사례에서의 심한 편차는 집계과정에서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29일 전국 법원판사들로 구성된 양형위원들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벌인뒤 2월12일부터 14일간 전국의 형사합의부 재판장 64명과 단독판사 53명에게 2차로 「양형 설문조사서」를 발송, 이중 합의부 재판장 14명과 단독판사 12명 등 모두 26명이 응답하면서 이뤄졌다./윤종열 기자YJ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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