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김영권·홍정호 등 출전했던 15명 최종엔트리 될 듯
같은조 알제리, 슬로베니아 이겨 약체 평가와 달리 무시 못할 전력
기성용(선덜랜드)이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이 좌우에서 흔든다. 박주영(왓퍼드)이 원톱의 중책을 맡는 가운데 구자철(마인츠)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박주영의 뒤를 받친다. 6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 대표팀의 '8강 시나리오'다.
6일(이하 한국시간)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을 끝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갈 대표팀 최정예 멤버가 사실상 가려졌다. 대표팀은 이날 아테네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2대0으로 이겼다. 13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박주영이 전반 18분 왼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고 박주영의 골을 도운 손흥민이 후반 10분 추가골을 뿜었다. 최근 평가전에서 멕시코에 0대4로 크게 지고 미국에도 0대2로 패해 분위기가 처졌던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한국은 61위)의 강호 그리스를 완파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더욱이 홍명보 감독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확정 전 마지막 경기에서 확실한 답을 찾은 셈이다. 최종 엔트리 제출까지는 2개월가량이 남았지만 브라질에 갈 23명뿐 아니라 베스트11의 윤곽도 거의 굳어지는 모양새다.
◇주전 골키퍼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홍 감독은 이날도 4-2-3-1 전술로 그리스를 상대했다. 박주영이 원톱, 손흥민과 이청용이 좌우 날개로 나왔고 중앙 미드필더로는 기성용-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이 호흡을 맞췄다. 수비진은 왼쪽부터 김진수(니가타)-김영권(광저우 헝다)-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이용(울산)으로 꾸렸다. 후반 교체 투입된 선수는 김신욱(울산)과 김보경(카디프), 하대성(베이징 궈안), 이근호(상주). 홍 감독은 경기 후 "이번에 선발한 선수 가운데 몇 명이나 데려갈지는 차차 준비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날 그라운드를 밟은 15명은 거의 전부 최종 엔트리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전반 45분을 뛰고 가벼운 부상으로 김신욱과 교체된 박주영은 지난 2011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월드컵 아시아 예선 이후 846일 만에 A매치 골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했다. 손흥민은 1골 1도움으로 '에이스' 구실을 해냈다. 여전히 안갯속인 포지션은 골키퍼다. 이날 정성룡(수원)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면서 김승규(울산)와의 주전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뒤 홍 감독은 "박주영이 뛰면서 조직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 좀 더 뛸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왼쪽 무릎에 작은 부상이 있어서 전반전이 끝나고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틀 동안 준비했던 것에 대해 선수들이 응답을 잘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실점하지 않은 게 큰 힘이 됐다"며 "월드컵 본선까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선수들의 컨디션과 부상 상태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시 못할 알제리=아프리카의 알제리는 H조 가운데 한국과 같이 '2약'으로 꼽혔다. 자연스럽게 한국이 승점 3점을 따낼 가장 확실한 상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알제리는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닌 것 같다. 6일 홈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알제리는 유럽의 슬로베니아를 2대0으로 눌렀다. 아르비 수다니(디나모 자그레브)와 사피르 타이데르(인터밀란)가 연속 골을 넣었다. '알제리의 지단'으로 통하는 소피앙 페굴리(발렌시아)가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지만 타이데르가 1골 1도움을 올리면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인 러시아도 아르메니아를 2대0으로 꺾었다.
H조 최강 벨기에는 코트디부아르와 홈에서 2대2로 비겼다.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라자 나잉골란(AS로마)의 골로 2대0으로 앞서다 종료 20분도 남기지 않고 디디에 드로그바(갈라타사라이)와 막스 그라델(생테티엔)에게 연속 골을 얻어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