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구제금융을 받을 예정인 키프로스 가계의 재산이 구제금융을 주도하는 독일보다 훨씬 많게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ㆍ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6만여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0년 기준 키프로스 가계자산의 중앙값은 26만7,000유로(약 4억원)로 독일의 5만1,000유로(7,600만원)보다 5배 많았다. 키프로스는 유럽 지역에서 룩셈부르크를 빼고 가장 많았으며 독일은 슬로바키아ㆍ포르투갈을 제외하면 가장 적었다.
가계자산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 주요한 이유는 독일에서 주택을 소유한 비율이 50% 미만이지만 스페인(80%), 키프로스(77%) 등은 높은 데 따른 것이다. 키프로스와 스페인은 가내수공업이 활발하게 이뤄져 기본적으로 주택보유 비율이 컸고 중간급 소득자들의 재산이 높게 나타났다. 연금ㆍ연봉 비중이 높은 독일의 경우 이번 ECB 조사에서 연금수입 등이 고려되지 않아 키프로스와 격차가 벌어졌으며 양극화 심화로 중간급 소득계층의 수입이 낮게 잡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독일 국민들의 유럽 구제금융에 대한 반감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ECB가 가계자산을 비교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근 키프로스를 비롯해 그리스ㆍ스페인ㆍ포르투갈 등에 대한 구제금융에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 등 북유럽 국민들의 반발이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남부유럽 국가 정부가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있어 자국민에게 부유세를 부과하거나 키프로스처럼 고액예금자가 일정한 손실을 볼 것을 강제하도록 북부유럽 국가가 요구하는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ECB는 앞으로 3년 단위로 가구소득 조사를 실시해 자산거품, 부채상환 능력 등 금융위기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