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는 2쌍의 부녀·부자가 같은 유치장에 동시에 수감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지난 93년 11월 K은행 무교동 지점에서 함께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의류구입과 현금서비스조로 각각 1,500여만원을 사용한 뒤 은행에 돈을 갚지 않아 수배를 받아온 이모(52)씨와 그의 딸(28).
이들은 지난 7일 오후 11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집에서 경찰에 붙잡혀 결국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비슷한 시각 유치장 다른 한켠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박모(23·서울 송파구 오금동·S구청 공익근무요원)씨와 박씨의 아버지(54).
아들 박씨는 지난해 11월말 송파구 방이동의 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함께 여주인 김모(39)씨를 흉기로 위협, 금품을 빼앗은 뒤 성폭행한 혐의로 수배됐다가 지난 5일 새벽 송파구 오금동 부근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며 1억5,000만원 상당의 당좌수표를 부도낸 혐의로 수배를 받아오던 아버지도 같은날 저녁 집에서 검거됐다.
이들 2명의 아버지는 아들과 딸의 시선을 피해 차가운 유치장 바닥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이들 옆에는 아들과 딸이 각각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린채 앉아 있었다.
이들을 지켜본 한 경찰관은 『부녀와 부자가 한꺼번에 같은 유치장 신세를 지는 것은 처음 봤다』며 『자녀들과 같은 유치장에 갇혀있는 부모의 심정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김용래 기자 CRE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