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기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어느덧」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사실상 지난 1년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나 길고 어려운 시간이 아니었나 한다. 무슨 좋은 일이었다면 1주년 기념행사라도 하겠지만, 어둡고 어려운 시간이었으니 만큼 지금은 지난 1년 동안 우리경제가 지나온 길을 살펴보고 현상황을 재점검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지난 해 이맘때 쯤 갑자기 몰아닥친 외환위기는 국가부도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다 IMF로 부터 지원금융을 받기 시작하면서 외환시장은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연초 30%에 달했던 금리도 이제는 한자리대로 떨어졌다. 연말까지는 경상수지 흑자가 400억달러, 외환보유고는 50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주식시장도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심각했다. 외환위기가 가져온 금융경색이 실물부문으로 확산되면서 98년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6%를 밑돌 전망이다. 실업률은 이미 7%를 넘었고 많은 사람들이 정든 일터를 떠났다.
실물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휠씬 악화된 것은 IMF가 초고금리 정책과 구조조정 정책을 병행 추진했기 때문이다. 금년 상반기에는 초긴축 금융정책으로 금리가 평균 19%를 웃돌았다. 지금도 강도 높은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다수 기업들에게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금융경색으로 인한 내수경기의 급냉은 우리경제에 심각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민간소비는 구조조정에 따른 극심한 고용불안으로 소득감소 폭보다 휠씬 큰 마이너스 11%대의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도 내수부진, 자금조달 어려움 등으로 기업의 최우선 목표가 생존으로 바뀌면서 무려 마이너스 40%대의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일각에서 경제에 대한 희망적 낙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낙관론은 엔화 강세라는 외부여건과 생산지표 호전이라는 국내여건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엔화 강세는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금리인하 때문이지 일본의 경기회복이나 구조조정 성공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니므로 언제든 약세로 반전할 소지가 있다. 더욱이 세계경제가 아직 침체상태에서 빠져 나오지 않은데다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아시아 시장의 전망도 어두워 엔화가 강세를 유지하더라도 수출이 대폭 증가할 소지는 많지 않다.
국내생산지표의 움직임은 어떤가. 9월 들어 산업생산은 금년중 처음으로 감소에서 증가로 반전했다. 8월에 마이너스 11.8%의 감소를 보인 산업생산이 9월에는 0.3% 증가로 돌아선 것이다. 현재의 경기국면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2포인트 증가했다. 그외에도 어음부도율은 10월에는 0.2%까지 하락, 외환위기 이전인 96년 수준으로 복귀했으며 신설법인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지표의 개선은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 많아 이를 경제의 조기회복 신호로 판단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생산지표의 개선은 추석이 들어있던 지난해 9월에 비해 조업일수가 3일 늘어났고 7~8월의 자동차 파업으로 생산이 9월로 이월되는 등 일시적 요인에 크게 기인하기 때문이다. 부도율 감소도 기업구조조정 과정중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확대로 부도가 유예된 경우가 많다. 신설법인수의 증가도 최근 진행되고 있는 분사 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다소 시기상조인 느낌이다.
설령 이러한 낙관론이 맞아 떨어져 경제성장률이 2%로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실업률은 현재 수준을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률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정도의 실업률은 여전히 큰 문제이다. 따라서 낙관적일 경우라 하더라도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정책은 결국 구조조정의 신속한 마무리와 경기활성화라는 대책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은 경기를 어떻게 활성화하고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이다. 큰 의미 없는 낙관론에 매달리기에는 아직도 당면 과제가 너무 많다.
【曺達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금리동향 지난 주 시장금리는 주 초반에는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주 후반들어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17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초반에는 국내금리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미국의 금리인하 여파가 국내금리 하락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조작금리 인하가능성에 대한 회의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 중반 이후 공개시장조작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회사채수익률이 소폭이나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최근 회사채수익률의 움직임은 전적으로 공개시장조작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의해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주 금융시장은 공개시장조작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회사채 수익률 하락세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채수익률이 9%대에서 장기간 횡보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고 원화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대해서 금융당국이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이 공개시장조작금리를 인하할 적기라는 시각이 우세해 채권시장에 선취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개시장조작금리 인하가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인하되더라도 큰 폭의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 시장금리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금주에도 공개시장조작금리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실망감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반전이 예상된다.
【제공: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