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개편 가속화/재경원 은행법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뜻

◎업무영역폐지 무한경쟁 도래/실적나쁜 은행 감량경영 유도재정경제원이 입법예고한 은행법시행령은 은행의 책임경영체제확립과 업무영역확대를 토대로 금융산업개편을 가속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일반은행에 대한 금융채발행 허용은 금융산업의 개편을 촉진하는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산업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은 산업금융채권(7월말 잔액 14조원)과 장기신용채권(9조원)으로 장기거액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업에 대출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영업을 해왔다. 때문에 기득권상실을 우려해 일반은행의 금융채발행을 저지해왔으나 앞으로는 독점의 붕괴로 생존을 위한 변신을 모색해야 한다. 이같은 조치는 난마처럼 얽혀있는 금융기관간의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정부가 금융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 보험, 증권 등 업종별로 배타적 업무영역을 움켜쥐고 기득권을 유지하며 제한적으로 경쟁하는 형태를 업무영역철폐를 통해 무한경쟁체제로 이끌어 나겠다는 발상이다. 당장은 금융채발행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자기자본의 5배 범위로 규정된 한도대로 허용할 경우 1백30조원이란 막대한 규모의 금융채발행이 가능하다. 회사채금리의 속등 등 부작용이 예견돼 일단은 SOC민자사업자에 대한 대출용으로 3∼5년짜리를 허용하고 용도 및 만기를 점차 확대한다는 생각이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내용이 이사선출이다. 시행령에는 납입자본금과 총자산을 기준으로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등 5대시은과 외환 신한 국민은행 등 대형은행은 11∼25명의 이사를 선출하고 규모가 작은 다른 은행들은 7∼15명의 이사를 선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재경원 관계자는 『서울은행 등 주식값이 액면가에도 못미치는 경우와 부실이 많은 은행이 이사를 25명이나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지도를 통해 경영성적이 나쁜 은행의 감량경영을 유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과 예금보험공사 등을 통해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처리권을 장악한 재경원이 큰칼(인수·합병)을 쓰기에 앞서 부실예방을 위해 강력한 입김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비상임이사들 가운데 금융전문가부분은 어차피 학자위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 한정된 금융전문가자원을 감안 할 때 은행마다 금융전문학자나 연구가의 품귀현상도 예견돼 이 과정에서의 투명성문제도 예견되고 있다. 재경원은 은행장 3연임문제, 회장제도입여부, 비상임이사에 전임행장 포함여부 등 은행경영진의 관심사항은 시행령에 규정하지 않고 은행감독원과 협의를 거쳐 결정키로 했다. 이는 이들 관심사에 대한 정책고위층의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 문제에 대한 금융외적 상황적 변수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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