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공직에 첫걸음을 내디뎠던 일부 여성 행정고시 합격자들은 예기치 않은 '굴욕(?)'을 맛봐야 했다. 한 유명 결혼정보업체가 합격 동기 남성들에게는 공짜로 회원 가입을 권유하면서 여성들에게는 수백만원의 가입비를 제시한 것이다. 국민이 보기에는 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이른바 '국민 엄친딸'들이건만 결혼을 앞둔 일부 남성들로부터는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게 가입비를 요청당한 이유였다. 휴일도 잊은 채 밤 늦도록 일하느라 가사에 전력을 쏟을 수 없었던 중앙부처 여성 공무원들의 애환이다.
문제는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주하면서 여성 공무원의 만혼ㆍ미혼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점. 이런 와중에 세종청사 등에서는 최근 이색 이벤트가 추진돼 화제를 모았다. 미혼 공무원들의 공개 맞선행사다. 여성 공무원의 혼인 문제를 풀어보자는 현오석 부총리의 아이디어였다.
현 부총리가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은 세종시 입주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풀어보자는 차원에서다. 수도권 생활에 익숙했던 관료들이 빨리 지방생활에 익숙해지도록 현 부총리는 '세종 스타일' 정착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화상회의 시스템 활용도 그런 차원에서 현 부총리가 관심을 갖는 이슈다. 각종 회의ㆍ보고 등을 화상 미팅 형태로 진행하면 서울까지 오가면서 버려질 업무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현 부총리는 아예 "언론과의 간담회도 급할 때는 화상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며 운을 뗐다.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며 현 부총리가 느끼는 개선 필요사항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직원들과의 소통시간 감소 문제는 심각하다.
현 부총리는 월요일을 포함해 일주일에 최소 이틀은 세종시에서 집무를 보려 하지만 국회 등의 일정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다반사여서 지키기가 쉽지 않다. '부총리 임기가 끝날 때까지 얼굴 한번 못 볼 직원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현 부총리도 이를 의식해 짬을 내 직원들과 이색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재농회'로 불리는 기재부 농구동호회원이 세종청사에서 연 우호경기에 선수로 깜짝 출연해 자신이 속한 팀의 12득점 중 10득점을 내는 기염을 토하는가 하면 23일에는 배드민턴 시합을 열었다. 20일에는 부처 내 바리스타 동호회 모임에 나와 원두커피 마니아로 변신하는 등 직원과의 접촉점을 늘려가려 애쓴다.
다만 이는 정부 부처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다. 국회와 청와대ㆍ지방자치단체 등 정부의 정책 파트너도 함께 동참해야 세종청사 시대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 일부 상임위원회를 세종시에서 열어 행정력 분산을 덜어주는 정치권의 배려도 필요해보인다.
특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상설화될 경우 최소한 세종시에 분소를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