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Q&A] 매입한 토지에 분묘기지권 문제 생겼다면

묘 설치 시점·형태 여부 확인해야


Q = 경상도에 사는 60대 남성입니다. 문중 일을 맡아보는 관계로 묘터로 쓸 토지를 종종 구매하는데요. 얼마 전 좋은 자리의 토지 물건이 나타나 구입을 했습니다. 그 얼마전 구입한 토지에 이미 묘지가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뜻밖에도 이 묘지 연고자가 나타나 분묘기지권을 주장하는 바람에 따라 향후 토지 사용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분묘기지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성립하는지, 문제해결 방법은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A = 매매나 경매를 불문하고 토지 물건을 거래할 때 대다수 사람들이 꺼리는 몇 가지 특수한 권리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법정지상권과 바로 이 분묘기지권이 대표적인 특수권리입니다.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에 본인 연고의 묘지를 유지·관리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합니다. 한번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토지 소유자라 하더라도 묘지 연고자의 동의 없이 분묘를 훼손 발굴할 수 없으며 묘지 연고자는 토지 소유자를 포함한 타인의 개장요구에 불응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01년 1월 11일 이전에 설치된 묘지는 무단 설치된 것만 아니라면 분묘기지권이 성립합니다. 또 무단 설치된 것이라 하더라도 20년 이상 점유한 경우라면 마찬가지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합니다.

따라서 토지를 구입하기에 앞서 반드시 현장답사를 해보고 묘지가 존재한다면 연고자가 있는지, 설치는 언제 됐는지를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묘기지권의 주장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 토지를 원하는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묘가 앞에서 설명했던 분묘기지권 성립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가령 묘의 설치시점이 2001년 1월 12일 이후라면 분묘기지권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 그 묘가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봉분'과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연고자 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해야만 분묘기지권이 인정됩니다. 이런 요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 묘의 연고자는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밖에 묘지와 원래 토지 소유자 간에 토지 매매 시 이장하는 조건 등의 특별약정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해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묘는 물론,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지 않는 묘라고 해도 비연고자 임의대로 묘를 파헤치거나 옮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망자에 대한 예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전통규범에도 어긋나지만 민법에서 인정하는 '점유권'을 침탈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연고자를 찾아 협상을 거쳐 '이장' 약속을 받는 것입니다. 만약 연고자가 없거나 찾지 못했을 경우 이를 증명하고 일간지 등의 매체를 통해 개장에 필요한 사항을 공고하는 등 소정의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분묘기지권은 성립 여부를 떠나 토지의 실사용에 이르기까지 기울여야 하는 노력과 그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문제 해결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토지를 거래 전 반드시 현장을 꼼꼼하게 답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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