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훈(32)씨는 요즘 영화 보는 재미에 출퇴근길이 지루한 줄 모른다. 카카오톡에서 친구가 올려준 주소(링크)를 누르면 바로 영화ㆍ드라마 등이 스마트폰 화면으로 뜬다.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해외 영화를 포함해 국내 영화도 최신작을 다 볼 수 있다. 예전처럼 번거롭게 P2P나 토렌트 사이트에 가서 노트북에 다운로드하고 다시 스마트폰으로 옮길 필요도 없다.
현재 불법복제 저작물의 주요 유통경로는 웹하드와 P2P 파일 공유 시스템인 토렌트로 최근에는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스트리밍 방식의 불법 링크(인터넷 주소) 공유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는 지난해 국민의 30%가 불법복제물을 이용하고 1인당 매달 4.25개의 불법 콘텐츠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로는 토렌트가 36%로 웹하드(32%)와 함께 가장 비중이 높았다. 또 저작권보호센터는 콘텐츠 산업에서 불법복제물로 인한 생산감소는 2조6,000억원, 고용손실은 약 2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연초 개봉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대표적인 피해사례다. 지난 1월 개봉 사흘 전 불법복제 영상이 인터넷에 풀리면서 결국 개봉 3주 만에 극장에서 사라졌다. 국내에서 크게 히트했던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 워쇼스키 남매가 제작하고 톰 행크스와 휴 그랜트 등 톱스타가 출연했으며 우리나라 여자배우 배두나의 출연으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허사가 됐다. 이외에도 관객 590만명을 모은 영화 '레미제라블', 아이돌그룹 멤버 수지를 '국민여동생'으로 만들어준 '건축학개론'도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의한 저작권 침해 적발ㆍ시정 건수가 3년 사이 213배나 늘어난 점이 지적됐다. 특히 국내 점유율 1위인 네이버의 경우 2010년 242건에서 지난해 4만7,312건으로 195배 증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단속에 나서고 있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정석철 침해정보심의팀장은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곳이 끊임없이 생기고 없어지니 단속이 어렵다"며 "특히 SNS를 통한 공유는 유튜브나 데일리모션(프랑스)ㆍ투도우(중국) 등 합법적인 UCC사이트에서 이뤄지고 지인들끼리 공유해 행정조치나 수사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저작권 침해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김용욱 감정포렌식팀장은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이 범죄라는 인식 자체가 희박하다"며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는 절도보다 높은 수준의 처벌을 받는 무거운 죄다. 사회적 차원에서 조기교육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복제물을 올린 사람, 사이트 운영자는 물론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퍼가는 사람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해 처벌을 받는다. 불법복제는 문화산업 전체를 좀먹는 도둑질이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며 우리 문화 콘텐츠 산업 발전을 도울 수 있도록 당국의 끊임없는 홍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