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저축 장기가입자 부글부글

"보금자리 주택 문턱 점점 높아져 통장 무용지물 될 판"
도입때 특별공급 크게 늘려 기회 줄어든데다
소형 공급 비중 확대·입주 자격 대폭 강화로
인기 평형 당첨확률 갈수록 줄어 상실감 커져

보금자리주택의 소형 주택 비중이 늘고 소득기준까지 적용되면서 당첨 문이 좁아진 장기청약저축 가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을 위해 몰려든 예비청약자들의 모습. /서울경제DB

지난 10년간 매월 10만원씩 꾸준히 납입해 올해 납입액 1,200만원 수준의 청약저축 통장을 갖고 있는 직장인 K(38)씨는 최근 억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정부가 2년 전 보금자리주택을 도입하며 특별공급 물량을 크게 늘린 데 이어 올해부터는 일반공급에서도 60~85㎡(이하 전용면적) 물량은 대폭 줄이고 60㎡ 이하 물량에는 소득기준을 도입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K씨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10년을 납입한 청약저축 통장이 점점 쓸 데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올해 업무보고에서 보금자리주택의 소형 주택 비중을 늘리고 일반공급의 입주자격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청약저축 장기가입자들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분양되는 보금자리주택의 절반은 60㎡ 이하 소형 주택으로 공급된다. 지금까지는 소형 물량이 20%에 불과했으나 이를 늘리고 60~85㎡의 중형 물량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청약저축 장기가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60~85㎡ 중형 주택은 청약경쟁률과 납입액 커트라인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위례신도시나 성남ㆍ하남 등 인기지역 청약을 기다려온 청약저축 장기가입자들의 불만이 생기는 이유다. 주택 크기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강남권 등 요지에서 60㎡ 이하 물량을 청약하려 해도 앞으로는 소득기준이 자격을 가로막는다. 정부가 현행 보금자리주택 특별공급에 적용하고 있는 소득기준을 앞으로는 일반공급의 60㎡ 이하 물량까지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입주예정자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3인 가구 기준 388만8,647원)의 100% 이하여야 한다. 국토부는 이 기준을 일반공급의 60㎡ 이하 소형 주택에 그대로 적용할지, 80% 이하 수준까지 확대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소득기준이 신설되면 청약저축 장기가입자 가운데 상당수가 자격을 박탈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납입기간이 10년을 넘은 직장인 가운데 재산은 많지 않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80%보다는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납입액 1,000만원 수준의 통장을 보유한 직장인 P(40)씨도 "위례신도시를 보고 통장을 아껴뒀는데 이 정도 납입액으로는 84㎡ 당첨은 어렵고 60㎡ 이하는 소득기준 때문에 안 될 것 같다"며 "정부의 오락가락 보금자리 정책 때문에 장기가입자에게 혜택을 주는 청약저축 통장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전국 청약저축 가입자 수는 170만2,86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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