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3김 퇴진론과 청산론

김종필 총재와는 다른 호텔에서 만났다. 이로써 3김씨가 모두 모이게 됐다는 것이다. 각계 40여명의 대화자와 함께 가나다순으로 앉은 야당 3총재의 얼굴표정은 제각기 독특해 동상이몽인지 동병상련인지 헤아리기 힘들었다. 그런데 대화의 모임이 더욱 뜨거워지게 된 것은 김영삼 총재의 제안으로 3김씨가 잠시 회동해 짧은 대화를 나눈 후였다. 정치적 양보를 합의함으로써 13대 국회의 개원협상에 돌파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그때 3김씨가 뜨거운 뉴스의 중심이 되는 장면을 보고 실감한 것은 3김씨의 존재가 현실이고 3김씨의 영향이 실세라는 점이었다. 총선을 통해 이제 막 힘을 얻어 정치무대에 재등장한 3김씨를 향해서 물러나라고 한들 무슨 씨가 먹혀들어 가겠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로부터 11년, 2000년을 여는 한국정치마당에서 3김씨는 또다시 정치권력을 둘러싸고 중단없는 게임을 벌인다. 전직 대통령인 김영삼씨는 민주산악회 재건과 정치 재개를 선언했고 김대중 현직 대통령은 젊은 피· 신지식인· 전문인을 섞어 신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김종필 현직 국무총리는 자민련 전당대회를 뒤로 미뤄 국민회의의 신당구성 움직임과 보조를 맞추려는 기색이다. 『3김에 염증을 느낀다』『3김 정치가 청산돼야 한다』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극비리에 실시한 3김 관련 여론조사에서 이렇게 대답한 응답자가 과반수를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다. (시사저널 8월 26일자 보도) 이른바 「후 3김 구도」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3김 청산론이 소리를 높이는 판국이다. 『3김 구도 부활의 불씨를 차단하려는 DJ· 불씨를 되살리려는 YS· 그 사이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이회창의 치열한 정치 선전전』이라는 관전평이 실감난다. 11년 전의 3김 퇴진론은 공염불이었지만 오늘의 3김 청산론은 공감대가 클 터이다. 安炳璨(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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