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원화절하로 「저금리효과」 상쇄/기업,선물환리스크관리 강화대책 시급「특혜」로 인식되던 외화대출이 정부의 오판 및 기업들의 무지로 인해 오히려 「화근」이 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우리나라의 금리가 선진국 및 여타 경쟁국들보다 높아 기업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저금리의 외화자금을 기업에 지원한다는 취지로 외화대출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저금리 외화대출이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효과는 외화차입을 하는 기업이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헤지를 한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
요즘처럼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헤지를 하지 않은 외화대출의 상환부담은 엄청나다. 예를 들어 지난 94년말에 1천만달러의 외화대출을 리보에 1%포인트 가산금리를 더한 조건으로 받은 기업과 당시의 환율로 같은 금액의 원화대출(금리 연11%)을 받은 기업을 비교해 보자.
대출을 받을 당시 외화대출기업은 원화대출을 받은 기업보다 표면적으로 3%이상의 금리혜택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환율상승을 감안해 지난 28일 현재 이들 기업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비교해보면 외화대출을 받은 기업은 달러당 8백60원을 기준으로 할 때 원화로 표시된 원리금부담이 97억1천9백만원이다. 반면 원화대출을 받은 기업은 원리금부담이 96억9천4백만원이다. 즉 낮은 금리로 외화대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외화대출기업의 원리금상환부담이 환율상승으로 인해 원화대출기업보다 오히려 커진 것이다.
지난해말 현재 외국환은행들의 외화대출잔액은 총 3백35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93년말의 1백94억원보다 73%나 늘었다. 이같은 외화대출중에서 선물환 매매를 통해 환리스크를 헤지한 금액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향후 환율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환율이 떨어져주기만 하면 오히려 원리금상환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지 않느냐는 투기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금융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업들의 외화차입에 대한 환리스크 헤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기업 경영진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무지와 오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의 환리스크 헤지가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은 국내 선물환시장이 아직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데도 기인하지만 더 큰 이유는 선물환의 리스크헤지 역할에 대한 인식이 기업의 실무자선에서는 널리 확산돼 있으나 경영진으로 올라가면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외국환은행의 한 선물환 담당자도 『기업의 재무담당 실무자들선에서는 환리스크 헤지를 위한 선물환 매매의 필요성을 인식, 경영진에 결제를 올리지만 퇴짜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일부에서는 외화대출제도가 유명무실해진데 대해 정부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어차피 특혜성 자금지원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완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라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느정도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당장의 비용절감에만 급급한 기업의 속성상 자발적인 리스크 헤지가 어렵다면 당국이 애초에 외화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리스크 헤지를 조건으로 대출을 해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김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