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악재에 코스피 1900선 붕괴] 대외변수 취약에 체력마저 고갈 … "변동성 커진다" 불안 확산

상하한가 제한폭도 30%로 확대
1750선까지 하락 가능성… 보수적 접근을

외환은행 명동 본점의 한 직원이 6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33.30포인트(1.74%) 떨어진 1,882.45로 마감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증시는 연초부터 유가하락, 그리스발 유럽 경제위기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권욱기자


코스피가 연초부터 유가하락과 그리스발 위기, 국내 기업 실적 부진 등 트리플 악재에 1,900선을 내주자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지난해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은 변동성이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면서 "대외변수가 취약한 상태에서 한국 증시 자체의 체력마저 고갈되고 있어 코스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 하단인 1,850포인트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는 만큼 당분간은 종목별 대응을 자제하고 시장의 움직임을 살펴보라는 얘기다.

6일 코스피지수는 대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전날보다 1.74%(33.30포인트) 하락한 1,882.45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97.50) 이후 보름여 만이다. 지수 하락폭(33.39포인트)은 지난해 1월2일(44.15포인트) 이후 1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연초부터 코스피가 30포인트 넘게 급락하자 시장에서는 올해 국내 주식시장이 지난해와 달리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스피의 연중 고가와 저가 차이가 207포인트에 불과할 만큼 변동성이 매우 낮았지만 올해는 진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부터 상하한가 제한폭은 30%로 확대된다. 대외변수에 취약하고 기업실적도 부진한 국내 증시 상황을 감안하면 변동성 확대는 곧 지수의 추가적인 하락을 의미할 수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주가가 딱 우리 기업의 수준으로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말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한 상황"이라면서 "지금보다 코스피가 더 떨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코스피가 올해 장기 박스권 하단을 뚫고 1,750포인트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 변동성 확대의 전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과 그리스발 충격에 이날 코스피는 업종과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릴 것 없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업종 중에서는 비금속광물(0.48%)만이 유일하게 올랐고 시총 상위 20개 종목 중에서 삼성화재(000810)(1.57%), LG디스플레이(034220)(3.70%) 두 종목만이 상승 마감했다. 수급의 양대 축인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336억원, 735억원 순매도하며 지수하락을 이끌었다. 저유가는 국내 경제에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세계 경기의 변동성 우려가 커진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흔들렸다. 그리스 정정불안에 따른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대외변수에 취약한 코스피가 기댈 곳은 결국 기업실적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8일 삼성전자(005930)의 지난해 4·4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어닝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시장의 기대치는 낮아진 상황이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4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소폭 개선되겠지만 전반적인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 "코스피가 기업실적을 통해 상승 모멘텀을 얻기는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자체 선정한 유가증권시장 200개 유망 종목의 2014년 4·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0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18조5,000억원보다 늘지만 어닝쇼크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4·4분기 기업이익 최대치가 18조원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20조원 이상인 지난해 4·4분기 실적 추정치는 아직도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주식 매수 타이밍을 잠깐 뒤로 미루고 시장의 움직임을 먼저 살피라고 조언했다. 김학균 팀장은 "지난 3년 동안 시장의 변동성이 축소됐을 땐 종목 선정을 잘해 '알파'를 취하는 투자전략이 유효했지만 올해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리하게 종목별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시장의 방향성을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가 이달 중후반으로 가면서 서서히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초부터 트리플 악재에 코스피가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추세적인 하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의 불확실성에 코스피가 급락했는데 1,850선을 저점으로 본다"며 "지금 지수는 악재를 이미 반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업실적이 안 좋아지면서 PBR 1배 수준에 해당하는 지수 레벨이 낮아진 것일 뿐 PBR 1배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뚜렷한 상승 모멘텀은 없지만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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