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라이프/플라자] '사이버 소비자운동'

사이버 소비자운동은 인터넷 등 가상공간을 이용한 소비자의 권리찾기 운동. 기업의 횡포나 비싼 가격 등에 항의하는 네티즌의 활동이 최근 인터넷 대중화와 맞물려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지난 10월25일 많은 네티즌들은 여러 곳의 웹 사이트에서 「닉스 반대」라는 글을 볼 수 있었다. 닉스를 반대하는 사이버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진 것. 지금까지 사이버 시위가 한 홈페이지에서 이뤄진데 비해 이번 시위는 여러 사이트에서 함께 일어나 주목을 끌었다. 이들은 닉스라는 청바지 회사가 마련한 3억원짜리 인터넷 도메인 공모전이 사실은 아이네트라는 인터넷 회사와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닉스가 공모 끝에 아이네트의 「아이프리(WWW.IFREE.COM)」라는 도메인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닉스는 결코 그런 일이 없다고 밝혔지만 네티즌들의 의혹은 가시지 않았고, 풀리지 않는 의혹은 사이버 시위까지 불렀다. 또 권리를 침해받은 소비자가 직접 「반기업 홈페이지」를 개설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허 인 씨는 지난달 한국후지제록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며 「반후지 홈페이지」(ANTIFUJI.ORG)를 개설했다. 허씨는 후지제록스가 복사기 소모품인 토너를 교체해 주며 5만2,000원 하는 제록스 토너 값을 받았으면서도 2만원선에 불과한 다른 회사의 제품을 넣어 부당 이익을 취했다고 밝혔다. 또 애프터 서비스를 하면서 16만원 가는 드럼 하나만 교체해도 될 것을 28만6,000원짜리 드럼 유니트 전체를 교체하는 등 바가지를 씌웠다고 주장했다. 후지제록스는 사실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 허씨에게 사과했다. 일본에서는 「반 도시바 홈페이지」사건이 유명하다. 30대 회사원 A씨가 도시바의 비디오를 수리하면서 도시바의 한 직원으로부터 『당신은 손님이 아니라 불평꾼』이라는 폭언을 들었다. 이 회사원은 홈페이지에 폭언을 녹음해 음성으로 올려놓았다. 이 홈페이지는 50일만에 70만회나 접속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낳았다. 도시바도 해명 홈페이지를 만들어 맞불 작전에 나섰지만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결국 도시바 부사장이 A씨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사이버 소비자운동이 확산되는 것은 대중들이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매체를 가진 덕분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기업에 불평이 있어도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 PC통신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대중들은 얼마든지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설령 해당 기업이 그 불만을 무시하더라도 다른 네티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비판성은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소비자가 변하면 기업도 변한다. 요즘에는 많은 기업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의 불만을 접수받고 이를 해결해주려고 한다. 유통혁명을 일으키는 인터넷 쇼핑몰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한솔CS클럽의 구승회 팀장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전화나 E-메일로 온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콜센터가 필수적』이라며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동경대 연구원은 『인터넷은 이제 힘이 약한 개인을 연결해주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며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은 소비자는 가만히 있지 말고 인터넷에 호소해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DRE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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