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등 속속 북송 “급할 것 없다”/황장엽 비서 한국입국도 부정적 영향북한이 4자회담 개최전 대규모 추가식량지원을 고집하며 한미 양국의 예비회담 일정제시 주장을 계속 거부함에 따라 뉴욕 3자설명회 후속협의가 22일(한국시간) 결렬로 막을 내렸다.
세 나라는 이날 실무접촉에서 필요할 경우 외교채널을 통해 실무접촉을 계속해 나가되 이번 3자 후속협의는 종결시키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이도 『쌀을 가지고 왜 자꾸 우리 내부의 체제변혁을 유도하려 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남북한과 미국은 후속회의 첫날 공동합의문 초안을 마련하는 등 괜찮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측이 본국 훈령을 받는 과정에서 평양당국의 강경기조에 밀려 후속협의 이틀째 회의는 두차례 연기된 끝에 무산됐다.
4자회담을 원칙적으로 수락하겠지만 대규모 식량지원 약속을 하라는 북한측 주장과 4자회담 수락 조건으로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한미 양국의 확고한 입장만 재확인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실 북한이 4자회담과 식량지원 보장을 연계한 「비장의 카드」를 쉽게 던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해 왔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의 한국 입국도 4자회담 수락에 일단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내달중 미국과 한국 등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는 식량과 미카길사의 밀가루가 북한에 속속 도착하기 때문에 급한 불을 끈 북한이 더 많은 식량을 얻어내기 위해 압박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따라서 급작스런 대북정책상의 변화를 꽤하기보다는 북한의 향후 태도변화를 지켜보며 대북 유화책의 폭과 속도를 조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 당국자는 북한의 4자회담 수락유도에 실패,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회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4자회담을 위한 협상과정의 일부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달 3일 북경에서 남북적십자 대표접촉을 갖자는 북한측 수정제의에 대한 답신을 금명간 북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민간차원의 모금을 어떻게 북측에 효과적으로 넘겨주느냐 하는 절차적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지 본격적인 식량회담이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부는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적십자회측에 구호식량 및 물자를 직접 전달하는 방안이 성사될 경우 원산지표시와 분배투명성을 보장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적은 지금까지 국제적십자를 통해 대북지원품을 전달해 왔다.<임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