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당분간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면서도 허리띠를 졸라매 중장기 재정 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특히 필요할 경우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당장 2·4분기 경기지표와 향후 세입 환경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 개최에 앞서 12일 사전 배경 브리핑을 통해 "기금운용, 회계, 민간 자금운용 등 활용하는 방법부터 생각하고 있지만 필요하면 대응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 차관은 이어 "법적 요건에 해당하는 상황이 오면 추경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적 요건'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정부 예상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지난해 '41조원+α'에 버금가는 재정패키지를 내놓거나 추경을 할 수 있다고 문을 열어놓은 셈이다. 이 같은 발언은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지난 11일 올해 성장률을 3.4%로 하향 조정할 뜻을 비치면서 "좀 더 노력하면 추경 없이도 3.4% 갈 수 있다"는 종전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2·4 분기 경기지표가 올해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은 0.8%(전 분기 대비)로 4분기 연속 0%대 저조한 성적표를 이어갔다. 실물경기를 보면 더욱 상황이 나쁘다. 3월 광공업생산은 마이너스로 고꾸라지고 성장의 버팀목 수출증가율도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두 차례의 금리 인하와 확장적 재정정책의 성과로 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그나마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꿈틀대지만 실물경제의 회복으로 이어가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반쪽짜리 '부의 효과'라는 말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해마다 연말에 반복되는 재정절벽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 배정하는 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세수 부족으로 연말 재정집행이 줄어들면서 성장률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4·4분기 0.3%(전기 대비)의 성장률 쇼크를 경험한 것도 재정의 역할이 부족한 게 결정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3.3% 경제성장에서 정부 재정의 기여율은 고작 6% 그쳤다. 최근 재정여건이 어렵더라도 재정에서 좀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지난해 정책 패키지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은 일회성 예산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라며 "만일 추경을 편성할 경우 단기성 예산보다는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예산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