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부도 위기 극복/빅뱅일정 더욱 급박/중소형사 타격확산일본정부는 24일 야마이치(산일)증권의 자진 폐업과 관련,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정자금(세금) 등 공적 자금의 투입을 포함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미쓰즈카 히로시(삼총박)대장성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모든 사태에 대응하도록 일본은행에 요청했으며 해외 금융당국에도 이같은 취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야마이치의 폐업에 따른 투자자 보호책에 대해 은행예금 전액과 증권회사의 고객자산,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금융파탄에 대비한 공적 자금 투입문제에 대해 『최대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 공적 자금 투입을 검토하도록 관계기관에 지시했음을 거듭 확인했다. 일본정부가 최근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적 자금 투입 검토를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마쓰시타 야스오(송하강웅) 일본은행 총재도 이날 예금자 보호를 위해 파산 금융기관에 무제한으로 특별융자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융 혼란을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금융안정대책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공적 자금의 사용이다. 그동안 신중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특효약을 투여하지 않으면 금융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공적 자금은 단기적으로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고 일부 금융기관의 연쇄 부도설을 잠재우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막대한 규모의 세금을 전용할 수도 있는 공적 자금 동원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이 해결과제다. 부실채권 정리엔 최소한 8조엔(ING베어링사 추산)의 자금이 필요하다.
어쨌든 금융기관의 잇따른 파산으로 일 정부의 기존 금융빅뱅 일정이 앞당겨지고 그 범위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규제 완화를 내세운 정책이 금융기관의 몰락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성은 지난 6월 금융빅뱅계획을 발표, 3년 후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을 전면 자유화하고 증권사·보험사 등 금융기관간의 업무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증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통적으로 인맥에 의존, 수수료 수입에 치중해온 중소형 증권사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인수·합병(M&A)은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 그칠 전망이다. 피인수기관의 부실자산을 떠맡을 곳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업종간의 영역제한이 폐지되는 만큼 모든 금융업무를 다루는 이른바 「유니버셜 뱅킹」의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일부에서는 최근 사태가 동남아시아와 한국에 이어 일본발 경제위기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금융불안이 확대될 경우 일경제와 상호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전체의 위기를 초래, 세계경제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 한국에 2백43억달러(96년 말 현재)의 돈을 빌려준 일본은행들의 대출금회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경쟁력이 약한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퇴장은 실업자 양산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와(삼화)은행은 규제완화로 금융부문에서만 전체 종업원의 5.7%인 32만명이 실직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고통은 일 금융산업의 재생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일금융계에서 확산되고 있다.<정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