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신드롬’의 주인공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가 책을 출간했다.
‘변양호. 신드롬.’(부제:긴급체포로 만난 하나님, 홍성사 출간)이다. 2008년 초고(草稿)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출간 여부를 놓고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책이기도 하다.
변양호 신드롬은 사후에 책임 추궁이 두려워 정책 결정을 꺼리는 보신주의를 뜻한다.
변 대표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 사건’을 시작으로 4년4개월간 법정 싸움을 벌였다. 무죄가 됐지만 공직사회에는 무리한 정책결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책은 법정 다툼의 과정을 담았다. 책은 불합리한 사법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으로 대부분 채워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서 주변에선 “검찰은 반드시 복수하는데 왜 책을 내려 하느냐”고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책의 절반은 신앙 간증서”라고 했다. 책 곳곳에 성경 문구가 인용돼 있었고 부제목도 ‘긴급체포로 만난 하나님’이었다.
책은 2006년 6월12일 출근길 긴급체포로 시작돼 2010년 10월14일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막을 내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의 법정 다툼 과정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변 대표는 ‘현대자동차 로비의혹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 사건’에 동시에 연루돼 법정 다툼을 벌였다. ‘현대차 로비의혹 사건’은 워크아웃 중인 기업을 현대차그룹이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 대가로 금품수수 혐의가 적용됐고,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은 2003년 금정국장 재직 당시 외환은행 주식을 헐값에 론스타에 매각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죄 혐의를 적용한 사건이다.
그는 두 사건으로 4년4개월간 130차례 재판을 받았으며 검찰 불복으로 3심까지 간 끝에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10개월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변 대표는 “검찰과의 싸움은 힘겹다. 검사는 같은 사항을 묻고 또 묻고 또 묻는다. 인내력과 체력이 필요하다.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내일 또 오라고 한다. 때리는 고문은 없어졌지만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계속 가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고문”이라고 썼다. 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싸움이 시작됐다는 걸 감지했다. 상대는 우리나라 최고 수사기관이자 권력기관인 대검 중수부다. 싸움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대검 중수부의 진면목을 점점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변 대표는 구치소에 수감된 지 6일째 되는 날, 룸메이트가 읽던 ‘쉬운성경’이란 책을 빌려 읽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에 귀의하게 된 과정, 이후 자신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던 모 회계법인 대표와 검찰을 용서하게 된 과정 등을 담담하게 적었다. 그는 “구속 직후에는 회계법인 대표와 검찰에 대해 적개심이 가득찬 기도를 했다. 시간이 흐르고 그들을 용서하겠다는 기도로 바뀌어갔다”고 썼다.
변 대표는 그러면서 “이 책이 비슷한 상황에서 고통 받고 있는 분들께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내가 겪은 경험을 담담하게 전달해 검찰 개혁 논의에 참고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변 대표는 “이 책에서 검찰에 대한 나의 적개심이 나타나 있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이 지금의 내 마음 상태”라고 했지만, 책 곳곳에는 사법시스템의 불합리한 점들이 기록돼 있다. 수감생활은 물론 재판과정에서 지리 했던 검찰과의 공방을 소개하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구속수사, 임의동행, 별건수사, 추가기소, 조서 작성방식, 공소장 작성방식, 검찰의 삼심제 남용 등.
변 대표는 그러면서 “용서를 했으면 잊어버려야지 왜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스스로 이렇게 대답한다.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아공에서 과거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를 놓고 보복과 사면방식이 거론됐을 때 투투 대주교는 과거의 잘못은 사면하지만 진실은 밝히자고 제안했다.”
‘변양호 신드롬’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나는 사무실에 수북하게 쌓여 있던 소송 사건 서류를 이제 모두 정리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후배 공무원들이 ‘변양호 신드롬’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공무원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몸을 던져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우리 사회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