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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원전사고 등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동시에 각국 간 활발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축수산시장은 전세계로 개방되는 추세다.
농산물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자본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토대다. 우리나라 농업이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고 생명자본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돌파구가 필요하다. 농산물과 식품산업을 연계한 신산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유다. 그래야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해외수출의 대역전 드라마도 가능하다.
1차 산업인 농업은 일본 도쿄대의 이마무라 나라오미 교수가 제창한 개념인 6차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1차)에만 머물지 않고 농식품의 제조·가공(2차), 그리고 유통 및 체험·관광 등의 서비스(3차)를 융합한 6차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창조경제의 비전을 실천하는 창조농업인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묶는다고 6차 산업이 되는 건 아니다. 가령 도시 외곽에 있는 식당 중에는 주인이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로 반찬도 만들고 된장·고추장도 만들어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판다. 어떤 농부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당도 하고 체험농장도 운영하지만 진정한 6차 산업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경영혁신과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익성이 없고 상업·관광과 묶어 경쟁력 향상과 고용창출 증대로 연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농업의 6차 산업화는 개인사업자에게 높은 장벽이다. 많은 자본과 기술,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에 필수 엔진인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정부가 나서서 보조금·융자 등을 지원하지만 선진국처럼 대기업의 거대자본이 들어오거나 농업 산업화 펀드가 나서지 않는 한 한계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농업 산업화를 위해 투자에 나선다면 농민단체들의 강한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갇혀 있는 형국이다. 우리 밖의 세상은 다르게 돌아간다. 미국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살리나스 농업단지와 협업하고 있다. 일본은 편의점 로손이 전국의 로손팜과 결합해 영세화·고령화로 침몰하는 농업을 되살려냈다. 심지어 중국도 컴퓨터 제조업체가 나서서 딸기 산업에 큰돈을 투자하는 등 장벽을 없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6차 산업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자와 투자자 간 의 신뢰·협동·연대 등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 토대가 튼튼히 마련된 후에 경제적 자본, 창의적 인적 자본의 확충이 가능하다. 그런 다음에 식품 산업의 고부가가치 구조를 농업에 접목해야 한다. 농산물은 물론 바이오매스·자연에너지·경관·전통문화 등 다양한 농어촌의 지역 자원이 어우러지면 2·3차 산업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우리에겐 풀어야 할 세 가지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첫째는 산업 간 연계다. 농민이 생산뿐 아니라 가공·유통·관광 등을 하기 위해선 식품·관광·정보통신(IT)·화장품·에너지산업 등 다른 산업과의 비즈니스 관계가 잘 구축돼 있어야 한다.
둘째는 수익모델 개발이다. 다양한 소재와 기술 등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냄으로써 수익을 창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성공을 이끌어주는 매개체다. 가령 지역개발공사나 농식품법인연합회 등이 나서서 현실에 바탕을 둔 비전을 제시하고 농업 관련단체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수다.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정부가 투자에 나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정부는 단지 기존 사업을 재포장해서 6차 산업 활성화라고 강조한다. 포장을 잘한다고 사업까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나주·화천 등 일부 지자체가 농업의 6차 산업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더 많은 지자체가 농민과 기업의 상생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향토자원·지역 특화자원을 발굴하고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신상품을 찾아내야 한다. 농업 창조경제 시대는 이미 도래했고 이는 성장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임종왕 농업법인 올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