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에 로봇작업 위한 구멍, 수작업으로 막아 소음 잡아"

아슬란 '정숙함' 만든 현대차 소음진동개발실
주차장서도 조용한 게 목표

정판기(왼쪽) 남양연구소 책임연구원과 정영석(오른쪽) 실장, 이민섭(〃 세번째) 이사 등 아슬란 소음진동 담당 임직원들이 소음진동 실험실에서 아슬란의 소음 정도를 체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소음을 줄이기 위해 철판 구멍을 일일이 손으로 다 막았어요."

지난 14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만난 이민섭 소음진동개발실 이사는 "아슬란은 이런 수작업의 정성이 담긴 차"라고 강조했다.

소음진동개발실의 임무는 'NVH'를 잡는 것이다. NVH란 영어로 'Noise(소음)' 'Vibration(진동)' 'Harness(도로 요철 등을 지나면서 나는 소리)'다.

아슬란의 콘셉트는 소음이 하나도 흡수되지 않는 아파트의 넓은 지하주차장에 있어도 차 안에 있으면 최대한 외부의 소음이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랜저 같은 준대형차를 타던 고객들이 수입차로 옮겨가는 이유가 정숙함과 편안함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슬란 개발의 중심에는 NVH팀이 있었다.

실무작업을 한 정판기 소음진동개발실 책임연구원은 "차체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개의 철판을 잇대는데 철판마다 로봇 작업을 하기 위해 모서리에 작은 구멍이 나 있다"며 "구멍이 10개라고 하면 소형차의 경우 원가 문제로 1~2개 정도 막지만 아슬란은 10개를 다 막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차 밑으로 올라오는 소음이 이 구멍을 통해 미세하게 안으로 전달되는 탓에 이를 수작업으로 모두 처리한다는 얘기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철판만 크고 작은 걸 더해 600개가 넘는다.

아슬란은 차 밖에서 들리는 소음을 잡기 위해 차음유리도 썼다. 또 엔진과 주요 부위에 흡차음재도 붙였다. 시속 100㎞ 정도까지도 소음이 거의 없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왔다. 정 연구원은 "소음을 잡기 위해 헤드라이트 뒷부분에도 차음재를 댄다"며 "그랜저와는 태생부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낮은 연비(ℓ당 9.5㎞)가 흠. NVH에 중점을 두다 보니 차 무게 등에서 부담이 생긴 탓이다.

최상급 차종인 제네시스와 비교하면 어떨까. 정영석 남양연구소 프로젝트매니저(PM) 실장은 "제네시스는 뒷바퀴 구동방식이고 아슬란은 앞바퀴 구동으로 전륜이면 뒷공간이 넓고 후륜은 차 전체의 균형이 잘 맞는다"며 "전륜과 후륜은 다른 차로 전륜에서는 아슬란이 가장 조용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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