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터넷은행, 금융산업 혁신 계기로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전용식


저성장·저금리로 표현되는 뉴노멀 시대에 금융산업 역시 융합과 복합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금융당국도 융합과 혁신을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시대착오적 은산분리 규정이 발전 막아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한 미국과 일본의 사례로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이 국내 금융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예금·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2002년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등 제조업·증권·카드·보험회사들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통해 새로운 사업모형을 구축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1997년 은행법 개정 이후 정보통신·유통회사 등이 은행업에 진출해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거래의 편리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진입과 진입 이후 경영활동에 대한 규제로 인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즉 은산분리 규정이 기업과 비은행 금융회사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제한하고 있다. 또 진입 이후 경영활동은 포지티브 시스템인 금융법으로 인해 제한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정은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해 유동성 위기와 건전성 위기 등을 초래하고 금융소비자 피해와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됐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전 세계 금융산업에서 강화되고 있는 자본규제, 유동성 규제, 레버리지 규제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점은 최근의 글로벌 자본규제 강화 추세에서도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은행과 보험산업의 위험중심 자본규제, 유동성·레버리지 규제 강화,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 지정 등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겸업 금융회사에 대한 자본규제 강화로 유동성 위기와 건전성 위기, 그리고 시스템 위험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과거에는 금융 건전성 규제수단이 없어 은산분리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었으나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적인 자본규제와 건전성 규제 강화 추세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은산분리 원칙의 엄격한 해석은 오히려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금융법 개정도 검토돼야 한다. 포지티브 시스템 위주의 현행 금융법 체계하에서는 금융혁신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포지티브 시스템 금융법 체계에서는 금융회사의 활동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규정되지 않은 활동은 할 수 없어 금융회사가 수익창출을 위한 새로운 활동(업무·상품)을 할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금융법 체계도 네거티브 전환해야

반면에 네거티브 시스템 체계는 금융회사가 하지 말아야 하는 활동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새로운 활동을 할 유인이 크다. 네거티브 시스템 금융법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행 대륙법에 근거를 둔 상법체계를 영미식 상법체계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혁신을 통해 금융발전을 유도하려면 변화한 시대에 부합하도록 진입규제와 감독제도를 개정해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고 시장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이 국내 금융산업의 혁신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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