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종으로 새해 각오 다지고 싶어요"

우리딸 수험생활 잘 이겨냈으면… 온가족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1월 보신각 시민타종 40팀 사연 살펴보니
2일 첫 타종은 고3 수험생 가족… >다문화 가정 남편이 부인 위해
예비 신혼부부·환갑 부부 등 신청… 양산·진주 등 전국각지서 올라와

2015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시민대표들이 제야의 종을 울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란(가명)씨 가족에게 2015년 을미년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딸이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 수험생이 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2015년 한 해 시험준비로 고생할 딸과 가족을 위해, 그리고 딸의 성공적인 수험생활을 위해 특별한 행사를 고민하다 보신각을 찾기로 했다. 보신각 종을 직접 치며 새해 각오를 더욱 다지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이에 일찌감치 보신각 타종 신청을 했고 김씨의 네 가족은 2015년 1월2일에 을미년 첫 시민 타종의 주인공이 됐다.

새해의 행복을 빌고 소망을 담기 위해 보신각 종을 치려는 시민들의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보신각 종은 공식적으로 삼일절과 광복절, 한 해 마지막 날 자정에 열리는 제야의 종 행사 등 1 년에 세 번 타종행사를 열지만 이때를 제외하면 언제나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다. 보신각이 문을 닫는 매주 월요일과 외국인을 위한 날인 화요일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신청만 하면 마음의 소망을 담아 보신각 종을 울릴 수 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새해 첫 달인 1월에는 40팀의 시민들이 보신각 종을 타종하기로 예약돼 있다. 1월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팀 혹은 세 팀씩 타종할 예정이다. 제5대 보신각 종지기인 신철민 보신각터관리사무소장은 "1월 신청자 대다수는 가족 단위로 새해 소망을 빌고자 하는 이들로 선착순 접수하는데 일찌감치 마감됐다"며 "1월1일에는 제야의 종 행사 정리로 시민 타종을 진행하지 않을 수 있어 1월2일이 을미년의 첫 시민 타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연 속 신청자들의 면면은 다양했지만 새해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2일 타종하기로 한 또 다른 신청자는 2014년 9월 대만 출신의 아내와 결혼한 다문화 가정의 남편이다. 결혼과 함께 자신을 믿고 타국으로 날아온 아내를 위해 남편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용해 새해 부부의 행복을 빌기로 했다.

3일에는 한 중년 부부가 타종을 예약했다. 이 부부 중 한 명은 환갑을 맞는 이로 삶의 새로운 전기를 맞는 해를 보신각 타종으로 기념하고자 했다.

새해 첫 달인 만큼 신청자 중에는 첫 시작을 기념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한 가족은 첫째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타종을 신청했으며 2월 결혼을 앞둔 한 예비 신혼부부도 결혼 전 부모님을 모시고 종을 치고 싶다고 17일에 방문을 예약하기도 했다.

타종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경남 양산과 진주에서 올라온 가족들도 1월7일과 24일에 보신각에서 타종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보신각 타종을 통해 기원한 소망은 얼마나 이뤄질까? 신 소장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실제 소원이 이뤄졌다는 분들의 연락도 온다"며 "타종 때 간직했던 간절한 염원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실제로 소원이 이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2년에는 잇따라 유산을 해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한 공무원 부부가 보신각을 찾았는데 한 달 만에 임신이 됐다고 보신각터사무소에 연락해왔다고 한다. 임용고시에 계속 낙방하던 한 교사 지망생이 보신각 종을 울리며 소원을 빌었는데 이듬해 시험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 신 소장은 "2008년도에 종을 쳤는데 지금 그분은 선생님이 됐다"고 소개했다.

서울시는 2월 보신각 종 타종 신청을 1월 초에 시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다. 신 소장은 "전통복장을 한 군사와 함께 종을 치게 되는데 사연과 상관없이 선착순으로 접수하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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