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채권시장의 현 주소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


채권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보름 만에 1.69%에서 1.98%로 0.3%포인트 상승했고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 4월 초 1.85%에서 2.19%로 0.3%포인트 이상 올랐다. 역사적으로 경제의 큰 변화는 채권시장의 움직임에서부터 비롯됐다.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데 따른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지만 시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적으로 장기 추세를 보자. 미국은 1929년 대공황 이후 금리가 1946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해 2% 초반까지 내려갔다. 이후 금리는 1981년까지 35년간 상승해 10년 국채 금리는 16%까지 올랐다. 17년 동안의 강세장 뒤에 35년간 약세장이 이어진 것이다. 남미 국가의 채무불이행이 대거 발생한 것도 이때다. 1981년에 정점을 찍은 금리는 다시 31년 동안 줄기차게 하락해 2012년 7월에 1.39%까지 하락했다.

큰 순환으로 보면 1946년 이후 35년 동안 금리가 상승하다가 1981년 이후 31년 동안 하락해 저점을 형성하고 지금 바닥을 다지고 있는 국면이다. 다만 미국이 2012년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한 것과는 달리 독일과 일본은 그 이후도 하락하면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둘째로 금리 수준을 보면 지난 100년간 서구의 장기 금리는 2% 아래에서 계속 머물렀던 적이 없다. 500년의 금리 역사를 보아도 2% 아래에서 금리가 오랜 기간 형성된 적은 거의 없다. 다만 일본의 경우 장기 국채 금리가 최근 10년간 2%를 밑돌았으며 독일은 2011년 이후 장기 금리가 2% 아래로 하락하다가 요즘에는 거의 0% 수준까지 근접했다.

마지막으로 중기 순환 측면에서 보면 미국은 2007년 6월 말(5.30%)부터 시작된 금리하향 추세가 2012년 7월(1.39%)까지 5년 동안 지속됐다가 2013년 말에 3%까지 반등했다. 이후 다시 하락하면서 올해 초에는 저점을 뚫어보려는 시도가 실패에 그쳤고 1.64%를 저점으로 0.5%포인트 상승한 상황이다.

금리 수준, 장기적인 금리순환, 그리고 중기적인 금리순환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현재의 채권금리 상승 현상은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서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접어드느냐, 아니면 다시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느냐는 것이다. 올해 초 지나치게 하락했던 금리가 최근에는 유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과도하게 상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단기적인 상황을 벗어나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금리를 봐야 할 때다. 이럴 때는 당첨 확률과 그에 따른 보상을 함께 고려한 뒤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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