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은행에서 대출한도를 설정하고도 돈을 빌리지 않는 기업은 일정금액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대출한도를 사용하지 않은 계열기업에 연 0.5%의 「한도 미사용수수료」를 신설, 2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수수료 적용대상은 일반·신탁대출 가운데 한도거래로 운용되는 계열기업 대출로 중소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대출은 제외된다.
수수료는 연 0.5%를 기본으로 하지만 시행 초기에는 은행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여신 전결권자가 감면해주거나 추가로 부과할 수도 있다고 은행측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몇몇 시중은행들이 대출약정을 맺으면서 개별기업에 별도로 수수료를 물리는 일은 있었으나 아예 수수료를 신설해서 모든 계열기업에 적용하기는 조흥은행이 처음이다.
은행 관계자는 『과다한 한도 설정은 자금이 부족할 때 은행에 심각한 자금경색을 야기할 수 있다』며 『수수료를 부과하면 불필요한 한도 설정을 막을 수 있어 은행의 자금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이 사용하지 않는 한도 금액도 어떻게든 운용해야 하는데 기업이 갑작스런 자금경색으로 한도를 모두 사용할 경우 은행의 자금사정이 기업에 이끌려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 동일인 여신한도가 하향조정되는 마당에 기업의 여신한도 정리를 위해서도 수수료 설정은 불가피하다고 은행측은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총대를 매는 은행이 없었을 뿐이지 한도 미사용 수수료의 필요성에 대해선 다른 은행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은행에도 이같은 수수료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