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 수도인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약 27㎞ 떨어진 해안 지역 브라카. 사막을 가로질러 자동차로 3시간여를 달리면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이 나타난다. 현장으로 가는 길에도 바람에 차가 크게 흔들릴 만큼 모래바람의 위력은 강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기자가 방문한 브라카 원전 건설지역은 굴착작업이 한창이었다. 기공식 이후 원전 건설부지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현재 1호기는 77%, 2호기는 34%가량 땅파기가 이뤄진 상태. 전체 공정의 14%가 진행됐다고 한국전력 측은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프랑스 아레바, 미국 GE, 일본 히타치 등을 제치고 560만kW급 원전 4기를 UAE에서 따냈다.
땅파기 작업 중이라 아직 원전이 본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인부 숙소 등 상당 부분의 부속건물은 건립이 완료됐다.
원전 건설 부지의 크기는 국내의 세 배에 달하는 약 991만7,355㎡ 규모. 원자로가 들어올 곳은 단단한 지반까지 땅을 파내려가야 한다. 깊이만 20m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7년 원전 1호기를 완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4기를 완성할 계획이다.
박종혁 한전 ENEC(UAE 원자력공사) 대응팀장은 "육상에서 모래바람이 불면 작업 자체가 어렵다"며 "다행히 날씨가 좋은 편"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원전 공사와 함께 방파제 등의 구축작업도 한창이었다. 원전의 경우 원자로를 식히는 데 필요한 취수로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방파제를 길게 쌓아야 한다. 브라카는 취수방파제 길이만 7.6km에 이를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수평선 너머까지 방파제를 쌓을 예정"이라며 "중동 지역의 경우 여름에 바닷물 온도가 35~38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멀리까지 나가서 냉각수를 가져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종 건물공사에 필요한 모래는 50㎞나 떨어진 나살카이만이라는 곳에서 가져오고 있었다. 주변이 모두 사막이라 모래는 천지이지만 정작 콘크리트 등 공사에 쓰지는 못한다. 사막모래의 경우 입자가 너무 가늘어 뭉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동 특유의 고열에서 콘크리트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시설도 구비돼 있었다. 콘크리트의 경우 제작온도가 섭씨 25도를 넘으면 강도가 약해져서다.
대규모 건설 작업이다 보니 투입 인력이 많다. 한국인 568명과 외국인 근로자 4,000여명이 현장에 투입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재 8,000여명이 거주할 수 있는 숙소를 짓고 있다.
현장에서는 해외에서의 첫 원전 건설작업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국내에서는 제작을 잘 했지만 해외에서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등 의구심 때문에 부담이 많다는 것.
박 팀장은 "국내에서 그랬던 것처럼 해외에서도 잘 건설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며 "향후 수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필코 제시간 안에 건설해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