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장기화 피해액 1조] 시멘트·건설·물류업 연쇄 불똥 … "공사 못해 일자리도 줄어"

■ 업종별 피해 현황
철도 의존 높은 시멘트업계 생산·출하차질 120억 달해
건설사도 연말 공정차질 우려
트럭 등 자체 운송수단 없는 중소 물류업체 손실 눈덩이

17일째 이어지고 있는 철도파업의 영향으로 열차 지연과 중단으로 인한 업계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 화물열차 운송 차질에 따른 시멘트 업계의 생산 차질이 레미콘 업계, 건설 업계까지 이어지는 등 피해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먼저 철도파업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곳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다. 코레일은 지난 16일까지 8일간 파업으로 77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파업이 끝나기도 전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운송차질에 따른 수입감소와 대체인력 투입 비용 등을 반영한 것이다.

코레일은 현재 파업 참가자들로 인한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6,000여명의 대체인력을 쓰고 있으며 이 가운데 외부 대체인력은 1,300여명에 이른다. 철도파업으로 열차운행이 줄면서 화물열차 운행률이 30%대로 떨어진 가운데 물류 차질에 따른 업계 피해는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23일까지 화물열차는 총 2,543회가 중단됐으며 평소 190만톤의 38.9%에 불과한 74만톤만 수송했다. 피해액은 60억6,800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화물업계 운송 차질은 시멘트 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철도운송은 시멘트 업계의 운송수단 가운데 약 35% 내외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강원 영월, 충북 단양, 제천 등 내륙에 있는 시멘트 업체의 경우 출하의 약 64%를 철도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내륙 지역의 화물운송 열차는 동해 지역의 경우 10대 가운데 3대, 제천 단양은 46대 가운데 14대로 평소의 20~30%대 수준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업계는 공급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생산·출하차질(15만5,000톤)과 대체수송(13만7,000톤)에 따른 물류비가 계속 늘어 파업 이후 22일까지 총 12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시멘트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대규모 주택사업에 한창이던 건설업체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시멘트 공급이 지연될 경우 연말까지 계획했던 공정률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 업계의 경우 공정단축을 위해 기온이 본격적으로 떨어지는 1~2월로 접어들기 전에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겨울철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올해 공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업장의 경우 공사를 활발히 수행 중인데 차질을 빚을 수도 있게 됐다"며 "기존에 시멘트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놓지 못한 업체들은 위기감이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철도노조 파업이 계속 이어질 경우 공정차질이 현실화되면서 건설산업 종사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철도파업이 연관 산업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시멘트 수급차질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일자리마저 없어지는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부작용과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업계는 운송차질을 빚은 철도 물량을 트럭으로 전환 수송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대형 물류기업 관계자는 이어 "철도로 운송하는 주요 품목은 비료나 제지, 수출입 제품을 담은 컨테이너 등으로 현재 성수기가 아니기 때문에 다행히 피해가 적은 편"이라며 "철도파업 사태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에는 실제 물류비용 상승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현재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물류기업 관계자는 "자체 운송수단을 보유하지 못한 중소 물류업체는 지난 3주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철도 비중이 높은 이들 물류기업은 트럭 등 외부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와 따로 계약을 해야 하므로 이미 추가 물류비용 발생 등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철도파업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트럭 운임이 크게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며 "트럭을 보유한 외부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들이 철도파업이라는 특수 상황을 이용해 운임을 올릴 경우 자체 운송수단이 없는 중소 물류기업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민주노총이 28일 계획하고 있는 총파업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 지침을 내리고 "각 기업들은 노조가 민노총의 지침에 따른 불법파업에 가담하거나 동조할 경우 엄중히 책임을 추궁할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노조가 불법파업에 참가하는 경우에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징계 조치는 물론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해 불법행위 재발과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경총은 이어 "불법파업으로 업무상 차질이 우려될 경우 대체근로를 활용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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