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채권단에 공동관리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한 2일 STX 계열사 5곳이 모두 하한가로 직행했다. STX 계열사에는 특히 개미들이 많이 투자하고 있어 그룹이 재무건전성 위기에 빠질 경우 증시에 큰 충격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TX는 장 중 내내 약세를 면치 못한 끝에 14.90%(940원) 내린 5,37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STX조선해양(-14.99%)을 비롯해 STX팬오션(-14.99%)과 STX중공업(-14.96%), STX엔진(-14.87%) 등도 하한가로 직행했다. STX그룹주는 최근 사흘간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지난 달 28일 2조3,535억 원을 기록했던 전체 시가총액도 사흘 새 5,400억 원 가량이 증발했다. STX조선해양 영향으로 여타 조선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진중공업이 8.20% 내린 데 이어 대우조선해양도 3% 가까이 하락했다. 현대중공업(-1.66%)과 삼성중공업(-0.86%), 현대미포조선(-0.43%) 등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STX를 비롯한 계열회사들이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한 것은 STX팬오션 매각 지연과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공동관리 자율협약 체결 신청 등 악재가 잇따라 터졌기 때문이다. STX그룹이 그 동안 추진한 재무건전화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며 그룹 전체가 위기에 봉착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진 점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STX그룹은 지난달 29일 STX팬오션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이어 STX조선해양은 경영정상화를 목적으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STX그룹주는 유독 소액 주주 비중이 높아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STX조선해양의 지난 12월 말 기준 소액 투자자는 9만792명으로 전체의 66.75%에 달한다. STX엔진(2만8,861명)도 소액 주주 비중이 62.31%에 이르고 있다. STX(43.42%, 4만3,104명)와 STX팬오션(46.91%, 11만3,399명) 등도 전체 주주 가운데 개미 투자자가 40%가량을 웃돌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TX조선해양이 위기에 봉착한 것은 중국 대련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감행하는 등 지난 2007~2008년 호황기 생산시설을 크게 늘린 탓”이라며 “이후 ‘선박 수요 감소→투자자금 미회수→부채 증가’란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채권단 공동관리 자율협약 체결 신청이란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현재 조선업계는 해양생산설비 확대와 수주 증가를 기록 중인 대형기업과 뒤늦게 조선시장에 진출해 무리하게 생산설비를 늘린 중소기업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STX그룹의 경우 수주 증가에 따른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계열회사 매각 등 외부 자금을 확보해야만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