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접투자 한달새 두배 껑충

■슈퍼리치, 해외상장 ETF에 뭉칫돈
지지부진한 국내증시 대신 주가 뛰는 미국·중국 눈독
개미도 줄줄이 투자 가세


고액자산가들이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을 넣고 있는 사이 개인투자자들도 수익률을 좇아 미국ㆍ중국 등 해외 직접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국내와 해외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최근 미국과 중국의 증시가 단기간 급등해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국내 증시보다는 투자 매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투자자들의 해외 주식ㆍ펀드ㆍ채권의 결제금액이 20억9,863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7억3,514만달러)에 비해 285% 늘어난 수치다.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금액은 163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월보다 10배 이상 급증했고 미국(2억8,593만달러), 유럽(16억5,602만달러) 등에 대한 주식ㆍ채권 투자 금액도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시중 증권사에는 해외주식 계좌를 새로 개설하거나 투자금액을 늘리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육정근 리딩투자증권 법인영업본부 글로벌팀장은 “지난해에는 기존 보유한 중국 주식을 정리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는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해외 주식계좌를 새로 개설하는가 하면 기존 투자자들이 5,000만원에서 1억원 가량 투자금을 늘리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급증한 것은 올 들어 국내증시가 뒷걸음질 친 반면 해외 주요증시는 상승 행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지난 1일 1만4,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올 들어 6.66% 상승했다. 또 일본 닛케이225지수(9.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7.1%), 영국 FTSE100지수(6.52%) 등 아시아와 유럽 주요 증시도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가 1조8,000억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지수가 한 달간 1.75% 떨어졌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문 이사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과 중국 증시가 크게 상승하며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쫓아 해외투자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ㆍ중국 등 해외 주요 증시가 단기간 급등해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엔저현상이 진정되지 않고 있어 국내증시에 대한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엔ㆍ달러 환율은 전날 달러당 93엔을 돌파하며 한 달여 동안 7엔 넘게 오른데 이어 이날도 93.79엔까지 상승했다.

양경식 이사는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은 멈췄지만 엔ㆍ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져 투자자들이 국내 수출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며 “엔화 환율과 한국의 낮은 경제성장률, 북한의 핵실험 등 대내외 요소가 불안한 상황이어서 국내 증시의 상승세는 제한된 반면 중국 등 경제성장률 전망이 높은 국가의 증시는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부장은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1만4,000포인트를 넘어섰지만 현재 기업들의 이익개선도가 높아져 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고평가되지 않았다”며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예산을 자동으로 감축하는 ‘시퀘스터’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이와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엔저현상으로 꽁꽁 묶인 국내 증시보다 뚜렷한 상승 움직임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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