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5월 북경회담후 첫 “대화”/대북지원·경협 재개가능성 높아【뉴욕=김인영 특파원】 5일(현지시간) 뉴욕 힐튼호텔에서 열린 4자회담 설명회는 북한측이 일단 협상테이블에 나타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추후 다각적인 외교채널을 통해 남·북한·미국·중국이 참가하는 본회담의 개최 전망이 밝아졌으며, 북한에 대한 남한의 경제 지원과 남북경협이 재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송영식 외무부 1차관보는 『북한이 회담 제의후 처음으로 설명회에 참석, 진지한 자세로 경청한 점에서 4자회담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우리측은 4자회담에서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식량문제를 포함, 남북경협 추진 문제도 함께 논의할 것이며, 북한측이 구체적인 제의를 해올 경우 이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측의 경협 제의 내용은 ▲영농기술 지원 ▲경공업 공장 건설 ▲에너지 및 의약품 제공 ▲가동 중단 공장의 재가동 등이다.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교부 부부장도 기조연설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를 미뤄볼 때 설명회 참석은 큰 용단』이라고 밝혀 회담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외교협상 과정에서 북측이 밀고 당기는 일은 있을 수 있으나, 최소한 남북 긴장국면이 대화국면으로 전환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분위기가 신중하고 진지했다』면서 『돌파구를 여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북한이 4자회담 참여를 수락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명회는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참석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잠수함 침투사건과 최근의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 망명사건이후 남북간의 경색 분위기를 해소하고, 지난 95년 5월 남북한 쌀제공을 위한 북경 고위급 회담이후 처음으로 남북한이 대화의 말문을 연 것이다.
북측의 김 부부장은 설명회를 마친후 『앞으로 좀더 연구해 보겠다』면서 회담 수락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앞으로의 회담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연구」를 빨리 끝내고 곧바로 본회담에 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두차례나 설명회를 연기해온 북측이 한·미 양국이 1천6백만 달러 규모의 식량지원을 약속한뒤 설명회 참석을 수락한 점이 이를 뒷바침한다.
이번 설명회에 이어 7일 뉴욕에서 별도의 미·북 준고위급 회담이 열린다. 이 회담에서는 상호연락사무소 개설, 미군 유해송환 등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북한측은 카길사의 곡물판매를 비롯, 미국의 식량지원과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대표가 없는 자리에서 북한은 보다 솔직한 요구를 하겠지만, 미국측은 이를 들어주는 전제조건을 한국이 참석하는 4자 회담의 수락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