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영화인의 이목이 집중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주 말 막을 내렸다.
올해로 17번째 열린 부산국제영화제는 공식 출품 3,000편, 비공식 출품 2,000여편 등 무려 5,000여편의 세계 곳곳 영화들이 참여했다. 명실상부한 국제영화제의 면모를 갖춘 셈이다. 관객 수도 22만1,200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스크린 26개를 해운대 센텀시티에 집중 배치해 관객이 여러 편의 영화를 보기 쉽게 하는 등 관객 편의도 최상이었다.
올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러나 영화 외적인 곳에서는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외국인 손님을 대하는 주인의 세심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대부분인 외국인 관광객들은 사실상 영화보다는 국내 한류 스타를 보는 게 주 목적이었다. 이 때문에 출품작 배우들과 관객이 만난 해운대 해수욕장의 특설무대는 행사 기간 내내 외국인들로 크게 붐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특설무대 주변 도로 등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하루 종일 진을 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들이 기다리던 한류 스타 중에는 프로그램상 명시된 스케줄을 무시한 채 개인 일정을 핑계로 특설무대에 나타나지 않는 일이 수두룩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야속했을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나마 행사에 참석한 일부 스타도 10~20분 남짓 짧게 얼굴을 내민 뒤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가곤 해 생색내기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남겼다.
스타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들 외국 관광객을 보듬어야 할 조직위원회도 무성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 영화제의 주 무대인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영화제를 위한 통역안내소나 편의시설 등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뙤약볕 아래 신문지를 의자 삼아 하루 종일 한류 스타를 기다리던 수많은 외국인들은 이 상황에 대해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만일 이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제공하고 정확한 행사 진행 상황이라도 알려줬다면 이들이 부산에서 느낀 감동은 몇 배로 높아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진정한 한류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