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대세는 중국 동포들인 것 같다. 여러 모임에서 탈북 동포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기 전에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일상화된 현실로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례들이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광장에서 동서독 분단선을 밟고 서 있을 때에도 그랬다.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었다. 그토록 견고해 보였던 베를린 장벽이 그렇게 쉽사리 무너지다니. 오른발은 구서독에, 왼발은 구동독에 디디고 서서 느낀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브란덴부르크 광장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모습은 이제 자연스럽고 평범한 현실이 됐다.
서른 중반 늦깎이 나이에 유학을 떠난 1989년 가을 시민들이 망치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광경이 미국의 각 TV에 연일 방영됐다. 분단국가 한국에서 온 내게는 크나큰 충격이었다. 동독에 이어 폴란드·유고·불가리아·헝가리·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차례로 붕괴됐고 1991년 말 소련이 해체됐다.
중국은 1970년대 말부터 발 빠르게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 대국굴기(大國屈起)로 도약했고 미국과 함께 주요2개국(G2)의 지위에 우뚝 섰다.
이런 공산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왜?"라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산가족 상봉마저도 2000년이 돼서야 시작했고 그나마 몇 차례의 짧은 만남에 그쳤다. 모처럼 성사된 2월 말의 짧디 짧은 이산가족 상봉의 끝은 허망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연구를 지난해 시작했다. 첫 프로젝트로서 통일 한국의 인구 규모를 연구했다. 통일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G7 국가(주요7개국: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태리·캐나다)의 70% 선에 도달할 수 있는 인구 규모를 계산했다. 국가의 위상은 인구·소득·복지·국방 네 가지로 측정했다. 급진적 통일과 점진적 통일 시나리오로 나눠 20년에 걸쳐 통일 비용을 투자하도록 가정했다. 그 결과 2100년에 통일 한국의 인구는 8,700만명 정도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1인당 소득은 8만4,000달러(2005년 불변가격 기준)였다. 8,700만 인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을 2.1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획기적인 인구정책이 필요하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분단이 고착되고 출산율이 1.2 수준에서 정체되면 2100년에 남북한 인구를 합쳐도 5,000만에 불과한 늙은 한국이 된다. 인구 8,000만이 넘는 젊은 통일 한국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유엔 통계에 의하면 2100년에 8,000만 인구를 유지하는 G7 국가는 미국·일본·영국·프랑스 4개국에 불과하다. 아쉽게도 독일은 탈락한다. BRICs(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가 신흥 부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2012년에 우리나라는 세계 일곱 번째로 20-50클럽(2만달러 소득-5,000만 인구)에 진입했다고 자축했다.
그러나 근래의 낮은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2040년에 인구 5,000만이 무너져 20-50클럽에서 빠지고 2100년에는 인구 3,000만으로 쪼그라든다. 우리는 통일 한국을 염원하고 꿈꾼다. 현실의 대내외 정치공학적인 구도하에서는 통일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통일 한국 80-80(8,000만 인구-8만달러 소득)은 꿈이 아니다. 어느 날 우리 눈앞에서 일상화된 현실로 당연하게 받아들일 날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그날을 위해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나가야 한다. 때마침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가 발족된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