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전문가 이례적 선임… 방송 규제 개혁에 힘실어줘

새 방통위원장에 최성준 판사 내정


박근혜 대통령이 최성준(57ㆍ사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내정했다.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다음달 초께 임명될 것으로 보여 방통위는 오는 25일 이후 열흘가량 공백이 생기게 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최 내정자는 한국정보법학회 회장을 지내는 등 관련 전문성과 경험을 갖췄을 뿐 아니라 법원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며 "방송과 통신에 대한 규제, 이용자 보호 등 방통위 업무를 판사로서 쌓은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보여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최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고시 23회로 1986년 판사로 임용된 뒤 28년간 민형사 판사와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 춘천지방법원장,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리더십과 재판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허법원 부장판사와 한국정보법학회장 등을 거치면서 국내 지식재산권 분야를 개척했다. 최 내정자의 동생은 최경준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장인은 김용철 전 대법원장으로 유력한 법조인 집안이다. 경기고 졸업동기생들로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있다. 그는 올해 1월 대법관 제청 후보자로 꼽히는 등 여러 차례 하마평에 올랐고 해군 특과장교 동우회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친박계 이경재 위원장을 연임시키지 않고 법ㆍ제도 전문가를 내정한 것은 방송 분야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고 정치 기류에 흔들림 없이 공정하게 방송정책을 수립ㆍ집행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 내정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원장은) 법을 기준으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을 많이 다루는 만큼 법률가로서의 역할이 있다"며 "법관으로서 중립성과 공정성이 같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제1원칙으로 "법이 정한 기준을 따르는 것"을 제시하고 "법이 허용하는 부분에서 융통성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법원 내부에서도 최 내정자가 시장과 소통하면서 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방송통신 규제를 개혁하고 정책을 수립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 서울고법 판사는 "최 위원장은 권위적이지 않고 겸손하면서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소통에 능하다"며 "인터넷과 콘텐츠 등 방송통신 분야에서도 권위를 인정받은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있을 때도 직접 나서서 시민참여재판 등을 설명하고 질문에 응하는 등 권위 대신 적극적인 소통을 택했다.

최 내정자는 방통위 출범 후 첫 법조계 출신 위원장으로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에서 행정부로 옮기는 것에 대해 그는 "(두 곳 모두) 최종 목표는 국민을 위한 것으로 방법만 다를 뿐"이라고 답했다. 또 정치 성향에 대해서는 "법관으로서 정치와 담을 쌓았고 특별한 성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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