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8일 정부부처에 공기업ㆍ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별도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관심이 높은 중소기업 지원 공공기관들의 통합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은행 민영화, 인천공항 지분매각 등 현 정부에서 고배를 마신 공기업 개혁이 어디로 흘러갈지도 관심이다.
인수위는 이날 각 부처 업무보고 방향 가운데 하나로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별도의 업무보고 내용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 합리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역대 정부들 역시 집권 초기에 공기업 개혁정책을 추진해왔다. 정부 안팎에서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와 박근혜 정부의 '합리화'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스타일상 판을 크게 흔드는 통폐합이나 민영화보다는 공공기관의 내실을 키우고 공공 부문을 '선택과 집중' 모형으로 다시 설계하는 데 역량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강석훈 인수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공기관 합리화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확대할 부분은 확대하고 축소할 부분은 축소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중소기업 지원 공기업들의 통합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선인이 중소기업 지원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KOTRA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다양한 분야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지원정책들을 한데 모으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정책이었던 ▦산업은행 민영화 ▦인천공항 지분매각 ▦KTX 경쟁 체제 도입 등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관심이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이들 사항에 대해 "차기 정부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추진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에는 이와 더불어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 부채 절감계획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그간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책임경영을 위해 현재의 경영평가제를 성과협약제로 전환해 책임과 권한을 보다 명확하게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사업별 구분회계를 통해 부채 증가의 책임소재를 보다 명확히 하고 공공기관의 대형 사업에 대한 사전 타당성심사 및 사후적인 심층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앞으로 이 같은 공약들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의 방향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R&D)기관들의 주무부처 재배치, 자원개발 공기업(석유공사ㆍ가스공사)들의 기능 조정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