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는 30대 여직원 김 모 씨는 지난 2월 한 달 내내 올해 여덟살이 된 딸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3월이면 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회사에 다니면서 동시에 자녀의 첫 학교 생활을 뒷바라지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의 학업 시간은 유치원 종일반보다 짧은데다 특히 3월의 경우 아이가 느지막히 등교해 이른 시간에 하교하는 등 워킹맘으로서 자녀를 돌보기가 사실상 어려운 스케줄이어서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입학식, 학교 설명회, 학부모 총회, 기타 비공식적인 학부모 모임까지 주로 낮시간에 이뤄지는 여러 행사를 생각하면 머리가 더욱 아팠다. 이런 행사에 빠질 경우 학무모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기 십상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터라 김씨의 불안감은 한층 컸다.
하지만 김씨를 힘들게 했던 고민들은 회사가 올 3월부터 전격 도입한 '자녀입학 돌봄 휴직제'덕분에 한방에 해결됐다.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입학시즌인 3월에 원할 경우 1개월 무급 휴직이나 1~2주 연차 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를 회사가 공식적으로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4일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여직원들로부터 자녀의 입학 적응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여직원들이 육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달 20명이 넘는 여직원들이 돌봄휴직을 신청했으며 앞으로 이 제도를 이용하는 직원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초등생 자녀를 둔 여직원 뿐만 아니라 출산한 여직원의 육아휴직도 적극 권장하는 등 여성 인력 지원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롯데그룹 차원에서 도입한 자동 육아휴직제도는 이후 다른 기업들로 파급되는 선례로 작용했다.
이 관계자는 "사내에서 여풍이 거세지면서 제도적으로 여성 인력을 지원ㆍ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여직원 배려정책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