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퓰리즘 도진 지방선거… 더 중요해진 유권자 안목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6·4지방선거를 겨냥해 또다시 묻지마식 공약이 범람한다.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자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초기만 해도 세월호 참사 때문인지 여야 모두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다짐하더니 선거일이 임박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선심성 공약으로 유권자를 유혹하기에 여념이 없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비방·폭로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포퓰리즘 공약의 내용도 기상천외하다. 공짜버스가 쏙 들어갔나 했더니 무상진료, 반값 생활비, 난방비와 전기료 반값 인하 등 이름만 바꾼 공짜 공세가 난무하고 있다. 장밋빛 공약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이번 선거 출마자들이 약속한 투자·지원금 공약만도 줄잡아 10조원이 넘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을 밝히는 출마자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대답은 기껏해야 "당선된 뒤 지속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정도다. 공약을 다 챙기려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이 아예 거덜 날 판이다.

세월호 참사 후 최우선 키워드로 등장한 안전공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수립, 안전기준·규제 강화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지만 구체성이 떨어지고 자금조달 방법이 의문시되는 것도 하나둘이 아니다. 이런 식이니 벌써부터 선거 후유증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타운 개발, 무상급식 등 무책임한 공약들이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지역·나라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다 잊어버린 모양이다.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흑색선전을 일삼거나 포퓰리즘에 기대는 후보를 가려내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투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투표소에 가기 전에 공약이 구체적인지 검증하고 달성 가능한지, 추진일정은 제시됐는지를 살펴보는 게 '한 표' 행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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