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고령자 실업실태] 40~50대 일자리는 없다

지난 1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내년부터는 저소득계층을 위한 정책을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준고령실업자를 비롯한 수혜대상자에 대한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정부관계자는 22일 『지금은 실업자들에 대한 예산이 있어도 누구에게 지급해야 할지 대상조차 파악이 안 된 상황』이라며 『내년 10월부터 실시키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대로 시행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심각한 준고령자의 실업문제=40대 이상 준고령자들의 실업 문제가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유경준(兪京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정보통신 등 새로운 산업구조로 바뀌면서 청년실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데 반해 40대 이상은 새로운 산업에 적응하지 못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에 번성했던 제조업 등이 사양화되고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던 건설업이 침체되면서 준고령자들의 일자리는 줄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장기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김수현(金秀顯) 삶의질향상기획단 자활정책팀장은 『준고령 실업자들은 노동시장에 재 진입할 가능성이 낮고 이들이 2~3년 내에 다시 진입하지 못하면 장기실업자로 전락해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면 그들은 영원히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정부는 이들에게 이후 수십 년간이나 실업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양시 기독교 청년회가 최근 발표한 관내 실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실직기간이 1년 미만인 실직자는 응답자의 5%에 불과한 반면 IMF이후 2년 이상의 장기실직을 거친 실직자는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또 현대경제연구소가 지난 1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4분기 중 장기실업자는 18만 8,000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22.9%나 늘었다. 고용불안도 심해져 임시직 근로자와 일용직근로자가 늘고 있다. ★표참조 정부관계자는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불완전 고용자 중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일 것』이라며 『앞으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일반화되면서 고용불안이 더욱 더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등의 불끄기식 실업대책=정부관계자는 『지금까지의 공공근로를 비롯한 실업대책이 저소득층 등의 생계에 많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수혜 대상자에 맞게 체계적으로 진행된 실업대책은 아니었다』며 『외환위기로 실업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발등의 불끄기식으로 진행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통계 체계가 너무 빈약한 나머지 각종 사회보장 수혜 대상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최근에야 비로소 실업자 등 복지대상자 파악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갑자기 늘어나는 실업을 막기 위해 돈을 뿌리는 식의 실업정책을 취했다. 이는 근로자의 노동의욕을 떨어뜨리는 등 근본적인 실업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KDI 兪연구위원은 『시혜적인 실업정책은 근본적인 방법도 아니다. 이는 오히려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고 물가상승을 유발시킨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실업대책 방향=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준고령자들의 장기실업화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실업대책이 요구된다. KDI 兪 연구위원 『근로의욕을 고취하면서도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실업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며 『벤처기업의 육성은 고용확대의 한계가 있으므로 제조업을 같이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金 자활정책팀장은 『저소득층에게는 제조업을 통한 고용효과가 한계가 있다』며 『지금까지는 다른 방식의 「자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실시하는 동시에 장기실직자와 불완전실업자 등에게 자활정책을 실시, 주변화되는 근로계층이 스스로 자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金자활정책팀장은 『적극적인 자활지원 활동과 함께 국가와 시장의 중간영역인 제 3섹터에서의 고용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용호기자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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