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4년 임기인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당선된 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행동파’로 통한다.
현대자동차 부사장 시절이던 지난 1994년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구단주를 맡으며 축구계에 뛰어든 정 회장은 전북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를 거쳐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선임됐다. ‘최장수 구단주’로서 침체된 K리그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그는 당시 취임식에서 “무대에 오르는 가수처럼 준비하겠다”고 했었다. 정 회장은 실제로 총재 재임 기간 승부조작 파문에 신속히 대처하는 한편 선수 복지연금 도입, 선수 최저연봉 인상 등으로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줬다. 특히 사외이사 도입을 통한 폐쇄적 이사회구조 개편, 1ㆍ2부리그 승강제 도입은 지난 7일까지 이어진 총재 시절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K리그는 최근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발표한 ‘2012 세계최강 리그’에서 러시아ㆍ스코틀랜드 등보다 높고 아시아에선 최고인 15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총회 2차 결선 투표에서 정 회장에게 15표가 몰린 것도 구단주와 총재 시절 K리그에 남긴 뚜렷한 족적 덕이라는 분석이다. 정 회장과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중등연맹 회장,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나선 1차 투표에서 정 회장은 전체 대의원 24표 중 7표를 얻었고 허 회장은 8표를 득표했다. 김 회장과 윤 의원은 각각 6표와 3표에 그쳤다. 과반이 나오지 않아 두 명이 겨루는 결선 투표가 치러졌고 15표로 역전에 성공한 정 회장이 예산만 1,000억원인 축구협회를 다스리게 됐다. 허 회장은 9표에 그쳤다. 김 회장과 윤 의원에게 갔던 9표 중 8표가 정 회장에게 몰린 것이다.
신임 축구협회장으로서 정 회장은 당장 내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물샐 틈 없는 대표팀 지원을 위해선 개혁을 통한 협회행정 강화가 필수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축구인들은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무능한 조직’이란 비난을 들어왔다. 2011년 12월 절차를 무시한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경질로 도마 위에 올랐던 협회는 지난해 2월 횡령 및 절도혐의가 있는 직원을 권고사직하면서 내부비리에 대한 입막음용으로 1억5,000만원을 건네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지난해 8월엔 런던올림픽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 일본축구협회에 저자세적인 수사로 도배된 영문 이메일을 전달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축구협회 위상 재건의 책임을 안은 정 회장은 “(24명 대의원들만 투표권이 있는)선거제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선거의 문제점부터 고치겠다”며 “소통과 화합을 통해 축구계의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축구협회 예산을 2,000억~3,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는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부정부패를 근절해 중계권 협상 등 수입원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