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칭다오 중기인의 눈물


지난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백두포럼 취재차 중국 칭다오에 들렸다. 이번 포럼은 'U턴 기업'등 해외진출 기업의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책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우리 중소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국 칭다오 한인회 상가에서 열렸다.

포럼에 참석한 많은 교수들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중기중앙회 부회장들, 코트라 청도 무역관 직원 등 모든 이의 의견은 한결 같았다.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대거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최근 전환기를 맞아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 중국이 2008년 신노동법을 시행하면서 인건비와 각종 보험료가 오른 데다 노동력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많은 한인 기업들이 동남아 등지로 떠나거나 국내로 유턴하고 있고 남아 있는 기업들도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한 현지 기업인의 울먹임에 모두가 안타까워했다.

청도한인회장인 김동극 극동보석 대표의 하소연은 울림의 깊이가 더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도, 한국 기업도 아닙니다. 어느 쪽에서도 보호 받지 못하고 회색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경영여건의 어려움은 물론 중국 정부의 간섭과 횡포가 심해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나 기관에서는 변변한 도움조차 기대하기 어렵다는 토로다. 김 대표는 "칭다오에 13개 정부 부처 와 경제단체가 나와 있지만 거의 대부분 행사나 식사 자리에서 얼굴을 비출 뿐 정작 정책 지원을 요청할 때는 나몰라라 한다"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300만 국내 중소기업의 든든한 파트너인 중기중앙회가 해외 기업에도 보호막이 돼달라고 읍소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해외 한인기업회 등과 중기중앙회의 협조 관계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규상 해외기업과의 연계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는 회원자격이 중기조합 또는 중기 관련단체로 규정돼 있고 중기 관련단체는 민법에 의거해 국내기업으로 한정돼 있다. 법을 고치지 않는 한 해외 기업을 회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외지에서 고군분투 중인 이들을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이는 정부의 직무유기다. 이제라도 법적ㆍ제도적 보완을 통해 권익보호와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피땀 흘리는 해외 기업인들이 눈물까지 흘려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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