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제일 믿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영화 선전 광고이다. 영화 팬이라면 영화 선택에 실패한 경험들을 갖고 있을텐데, 여기에는 관객의 책임도 크지만 대개의 경우 과장 포장된 영화 선전문구가 보다 큰 책임을 져야한다.관객이 하루 500명도 안되는 영화들이 「쾌속매진」등등의 선전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20세기 최후의 액션」운운하면서 무조건 거짓말부터 늘어놓는 일은 거의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영화광고의 과장, 허위성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할 때도 있다.
최근 극장에 간판을 건 「인스팅트」의 경우 과장·허위 광고의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한 동물학자의 고릴라 사랑을 담은 「인스팅트」는 배급사 월트디즈니에 의해 「양들의 침묵」류의 공포 스릴러물로 둔갑해버렸다. 영화 선전 문구 자체가 「양들의 침묵」을 연상시키는데 힘이 모아져 있고, 포스터 역시 기괴한 눈을 클로즈업해 담았다. 「살인본능」운운의 카피는 영화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스토리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동물학자인 안소니 홉킨스가 고릴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프리카에서 그들과 생활을 함께 한다. 그런데 밀렵꾼들이 몰려와 고릴라들을 무차별 사냥하자 이에 분개한 홉킨스가 사냥꾼 몇명을 때려죽인다. 그래서 홉킨스는 「양들의 침묵」의 식인광처럼 살인본능에 충실한 악마의 이미지를 얻는다. 몰론 영화는 처음부터 주인공이 살인자가 된 배경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해서 영화는 스릴러의 탈을 쓰는데, 결국 한 동물학자의 어처구니 없는 자연예찬을 담은 영화일뿐이다.
영화 자체도 상당히 기만적이지만, 광고문안은 더욱 가관이다. 배급사의 입장에서는 선전에 속아 극장을 찾았다가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갈 관객들은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이용웅 기자 YYOM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