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니마켓펀드 끝없는 유로존 이탈

지난달 은행채 83억달러 팔아
역내 은행 신용경색 심해질듯

미국의 단기투자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가 유럽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미국 MMF 자금의 유럽 이탈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그리스 위기가 고조되며 최근 더욱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블룸버그가 미국 10대 MMF의 자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지난 5월 한달 동안 총 83억달러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채를 팔아 치웠다. 이중 네덜란드 은행이 발행한 채권 규모가 33억달러로 가장 컸고 독일 은행채(29억달러)와 프랑스 은행채(20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미국 투자자들이 그리스나 스페인ㆍ이탈리아 같은 위기국은 물론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우량국에서조차 발을 빼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미 10대 MMF가 유럽에서 빼낸 돈은 총 200억달러에 달한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JP모건이 운영하는 MMF는 전체 운용자산 중 유로존 은행채 비율이 8.8% 수준에 그쳤으며 뱅가드프라임 MMF는 유럽 은행채를 단 1달러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사라진 돈은 미국과 영국ㆍ일본 등에 흘러든 것으로 분석된다. 미 10대 MMF는 5월에만도 이들 3개국의 은행채를 112억달러어치나 사들였다.

문제는 미국의 단기투자자금이 유로존을 떠나면서 역내 은행의 신용경색(credit crunch)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 은행들의 자금사정을 의미하는 유리보OIS 스프레드는 유럽중앙은행이 실시한 1조유로 규모의 저금리 장기대출(LTRO) 효과에 힘입어 현재 40bp(1bp=0.01%) 내외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껑충 뛰어올라 자금줄을 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유럽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제한해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 투자가 더욱 축소되면서 실물경기가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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