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성 중심 예능의 인기몰이를 여성의 결핍에서 찾는 시선이 늘고 있다. 여성의 부재에서 벌어지는 남성들의 좌충우돌 방황기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남성 중심 ‘관찰 예능’ 웃음포인트는 ‘여성의 부재’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된 ‘일밤’은 평균 시청률 11.5%를 기록했다. ‘아빠! 어디가?’는 13.6%, ‘진짜 사나이’는 9.5%를 기록해 전주보다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 SBS ‘일요일이 좋다’(9.8%), KBS 2TV ‘해피선데이’(9.7%) 등 동시간대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지난 6년 동안 리얼 버라이어티의 포화 속에 시청률 기근에 허덕였던 MBC ‘일밤’의 관찰 예능 성공을 두고 방송계에선 “이제 예능의 판도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관찰 예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MBC ‘아빠! 어디가?’는 남성 중심 예능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힘들고 낯선 환경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다섯 아빠의 어설픈 육아법과 부자·부녀 사이의 미성숙한 관계가 시청자들의 웃음과 동감을 자아낸다는 평가다. ‘아빠! 어디가?’의 재미는 엄마의 부재에서 떠나는 아빠와 아이의 유쾌한 여행이 되는 것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진짜 사나이’는 군대라는 ‘금녀(禁女)’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출연자들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군대는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화 주제지만 출연자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군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여성 시청자들에게도 인기다. 같은 ‘관찰 예능’ 형식의 MBC ‘나 혼자 산다’는 기러기 아빠, 노총각 등 독거 남성들의 애환을 그려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관찰 예능’의 강점은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더욱 솔직한 재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의 부재를 통해 발생하는 남성들의 어설픈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시청자들에겐 더욱 진솔한 재미로 다가가고 있다.
예능에서 여성 소외 현상 계속되나
한 방송사 관계자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기반으로 한 기존 예능의 포인트는 ‘더 독한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선 여성 출연자보다 남성 출연자들을 더 선호했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가식과 치장을 내려놓고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선 아무래도 남성이 더 과감할 수 밖에 없다는 시각 때문이다.
예능의 판도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관찰 예능’으로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능은 남성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었던 거침없고 공격적인 남성들의 마초적 예능 분위기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예능계에서 여성 예능인은 뷰티나 요리 분야 등을 제외하면 남자 주도의 예능에서 ‘홍일점’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외국의 경우 오프라 윈프리 등의 다양한 여성 토크쇼 진행자가 사랑을 받는데 반해 국내는 시청자들의 사랑은 받는 여성 MC를 찾기 힘든게 현실”이라며 “다양한 컨텐츠 개발을 위해서라도 방송계와 여성 예능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홈페이지)
/디지털미디어부